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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팬들에게 진 빚, 마운드에서 갚고 싶습니다."
완벽한 백지 위임이다. 연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는 조금씩 강해졌다. 투수는 공을 던지는 모습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손민한은 왕년의 에이스였지만, 현역 복귀를 위해 NC에 먼저 고개를 숙였다. 다른 방출생들과 똑같았다. 롯데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인연을 맺은 NC 박동수 스카우트 팀장에게 테스트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특별대우는 없었다. 테스트를 받기 전 김경문 감독에게 전화 한통 걸지 못했다. 오히려 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테스트를 마친 뒤 김 감독과 잠시 만날 수 있었다. 베이징올림픽 예선 때 감독과 선수로 만난 게 둘 사이 인연의 전부였다.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늦게 찾아와 죄송하다"는 손민한에게 "괜찮다. 함께 열심히 해보자"며 손을 내밀었다.
손민한은 "내가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으면 도전하지 않았다. NC든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 운동선수로서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면 미련없이 은퇴했다. 내 스스로 '이정도면 되겠다' 싶어서 테스트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나같은 노장이 팀에 자리만 잡고 있으면 어린 선수들, 그리고 팀에 피해만 된다. 선수로서 역할을 다할 자신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NC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왕이면 부산과 경남 지방 팬들이 있는 곳에서 던지고 싶었다. 집이 있는 부산과도 멀지 않다"며 "솔직히 많은 경남팬들께 죄송한 마음이다.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팬 여러분에게 진 빚을 갚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산(현 창원)구장에 대한 기억은 어떨까. "열정적인 팬들 앞에서 공을 던지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기억도 좋다. 마산경기 성적도 나쁘지 않다"며 웃었다.
손민한은 "감독님이 스프링캠프에 데려가 주신다면 피나는 노력으로 보답하겠다. 개막전까지 최대한 몸을 만들겠다"며 "1군에 올라가는 2013년에는 NC에서 분명한 역할을 하고 싶다. 민폐를 끼치면 안된다. 내년은 내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그는 "그동안 나 자신만 바라보고 달려온 것 같다. 이제 스타일을 바꾸려 한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후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갖고 있는 것도 전해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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