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입단식 박찬호 백지위임 왜?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12-19 20:29


11일 오후 서울 대치동 SETEC 제1전시장에서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시상식에 참가한 박찬호가 팬들과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박찬호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가한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사인볼을 팬들에게 건내주려는 포즈를 취하며 익살스러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대치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돌아온 '코리안특급' 박찬호(38)가 통큰 결단으로 한화에 입단하게 됐다.

박찬호는 19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한화 구단과 입단 협상을 갖고 20일 오전 10시 서울 플라자호텔 2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입단식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첫 만남이라 점심식사를 겸한 가벼운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격적으로 협상이 타결됐다. 박찬호가 백지위임이라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협상이 급진전됐기 때문이다.

이날 만남에서 한화 구단 노재덕 단장과 이상군 운영팀장은 박찬호와 얼굴을 마주했다. 지난 13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박찬호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공식적인 첫 회동이었다. 박찬호는 15일 오후 정승진 사장과 노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화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과정에서 19일 상견례를 갖기에 이른 것이다.

박찬호는 이날 연봉 등 계약조건에 대해서는 구단에 백지위임 하겠다는 뜻을 먼저 전했다. 박찬호가 뜻밖의 제안을 하면서 입단을 둘러싼 합의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더불어 박찬호는 "일본에서 1년 동안 많은 공부를 하며 쌓은 경험이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화 구단은 19일 밤 늦게까지 박찬호 측과 후속 마무리 작업을 진행한 끝에 20일 입단식을 최종 확정했다.


박찬호 백지위임 왜?

19일 박찬호를 만난 노 단장은 "막상 얼굴을 대하고 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얘기가 잘 통했다"면서 "박찬호가 뜻밖의 백지위임을 먼저 선언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노 단장은 "연봉 금액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박찬호가 처음부터 백지위임 의사를 밝혔다. 연봉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며 뜻밖의 상황을 설명했다. 한화 구단은 박찬호가 백지위임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신의에 신의로 화답한 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김태균의 입단 사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김태균은 지난 12일 입단식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김태균을 잡겠다"고 적극 나서는 등 커다란 관심을 보여준 것에 대해 의리로 보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찬호도 그동안 자신의 국내 복귀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설득 작전을 펼친 한화 구단의 성의에 감동했다. 박찬호는 이날 노 단장과의 상견례에서 "그토록 원했던 한국무대에서 야구인생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신 구단과 모든 야구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한다"고 하는 등 '감사하다'는 표현을 여러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한화 구단이 박찬호의 마음을 사는데 성공한 것이다. 사실 '박찬호 특별법'이 관철되지 않았다면 박찬호는 야구인생의 마지막 열정을 태우고 싶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온갖 논란을 무릅쓰고 박찬호의 연고지역 구단이라는 이유로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을 성사시킨 게 한화였다. 특히 박찬호가 한화를 전폭 신뢰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10월 16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있었다. 당시 박찬호는 오릭스 소속 선수로 교육리그에 참가했다가 노 단장을 우연히 만나 국내복귀를 위해 최대한 힘써주겠다는 약속을 들었다. 당시 박찬호는 오릭스로부터 공식 방출통보(10월 26일)를 받기 전으로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을 때였다. 이런 한화 구단에 대해 박찬호가 보여줄 수 있는 성의 표시는 백지위임이었다. 여기에 박찬호는 17년간의 해외생활을 하는 동안 부와 명예를 누릴 대로 누린 마당에 돈을 보고 국내에 복귀해서는 안된다는 지배적인 여론에 부응하는 모양새도 갖출 수 있게 됐다.

백지위임 오래전에 생각했다

박찬호의 매니지먼트사인 '팀61'의 정태호 대표는 "박찬호가 입단 조건을 구단에 전적으로 일임하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19일 박찬호를 만난 한화 노 단장도 "박찬호가 백지위임 사실을 선언하는 자세와 표정을 보면서 애초에 마음을 먹고 나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했다. 그렇다. 박찬호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백지위임이란 전향적인 카드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호 측 관계자는 "박찬호가 해외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복귀하기로 마음을 굳히면서 돈이나 자신이 누려야 할 대우에 대해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상의했다"고 말했다. 수구초심이라고. 박찬호는 은퇴를 바라 볼 나이에 접어들자 한국 복귀를 강력하게 희망했다. 고국의 야구무대에서 선수인생을 마무리하고 그동안 쌓아온 부와 경험을 한국 야구를 위해 쏟아붓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애시당초 돈보다 명예를 선택한 것이다. 박찬호가 19일 백지위임을 선언하면서 추가로 제안한 게 있는데 한국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남은 기간을 보낼 계획이며 야구 꿈나무들이 더욱 좋은 환경에서 전념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게 박찬호의 설명이었다. 박찬호가 그동안 유소년 야구캠프를 진행하는 등 일종의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 온 점을 보더라도 박찬호의 진정성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백지위임 연봉은 과연 얼마나?

한화 구단은 뜻밖의 백지위임 선언을 환영하면서도 일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막상 상대가 먼저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나서니까 "저렇게까지 자신을 낮추는데 서운하게 대우해서는 안되겠다"는 압박감이 살짝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화 구단은 박찬호가 백지위임을 했더라도 어느 정도 예우를 해준다는 방침을 정하고 당초 예상했던 연봉 금액에서 소폭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찬호의 연봉은 옵션없이 5억∼6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한화는 박찬호의 적지않은 나이로 볼 때 삼성 이승엽(35)의 순수 연봉 8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는 제1원칙을 정했다. 여기에 팀내 에이스이자 투수 최고 연봉을 받는 류현진도 감안했다. 류현진이 현역 최고 에이스인 만큼 옵션을 포함한 몸값 총액에서 류현진을 뛰어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게 제2원칙이다. 류현진은 아직 내년도 연봉협상을 하지 않았지만 올해 4억원에서 상당폭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원칙들을 감안하면 한화 구단이 책정한 박찬호의 적정 연봉은 6억원 안팎으로 종결된다. 계약기간은 일단 1년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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