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현실이 됐다. 박찬호가 한국의 야구장에서 한국 선수들과 승부를 한다.
박찬호는 강속구 위주의 투수였다. 전성기때는 150㎞를 훌쩍 넘기는 '라이징 패스트볼'로 덩치 큰 서양 선수를 윽박질렀다. 나이가 들수록 구속은 떨어졌고, 변화구를 많이 구사하게 됐다. 그가 던지는 커브나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는 국내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또 많은 경험이 있어 상대를 승부하는 요령이 좋다. 수많은 경험을 했기에 웬만한 위기에서는 꿈쩍도 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자신의 구위에 따라 살아남는 법을 찾아내며 오랫동안 마운드를 지킨 프로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일본에서 2군에 오래있었지만 1군에서 못던질 정도로 나쁘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2군에 내려갔다가 1군 복귀를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이 발목을 잡았고, 이후엔 오릭스의 선발진이 너무 좋아 기회가 없었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박찬호를 포스트시즌 때라도 기용할 생각으로 2군 리그가 끝난 뒤에 어린 선수들이 참가하는 교육리그에 보내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한 점도 박찬호의 내년시즌을 기대케 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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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의 변화구는 좋다. 그러나 그 변화구를 살리기 위해선 빠른 직구는 필수다. 140㎞ 초반의 직구는 정확한 제구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한국 타자들에게 맞을 가능성이 높다. 박찬호라는 이름이 선수들에게 예전의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이기고 싶은 상대가 된 점도 박찬호에겐 불리하다.
선수들이 박찬호를 상대할 때 눈빛이 달라질 수 있다. 이제 꺾어야할 상대가 됐고 박찬호에게서 안타나 홈런을 친다면 그것은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전성기 때 상대한다면 메이저리거라는 것만으로도 주눅이 들 수 있지만 지금은 노장 투수다보니 심리적인 싸움에서도 지지 않는다.
분명 그의 실력과 정신력을 본다면 꾸준히 기회를 얻을 경우 두자릿수 승리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초반이다. 초반 국내 야구에 적응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타자들에게 당하고 한화의 팀 사정이 좋지 않게 돌아간다면 박찬호에게 기회가 오랫동안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