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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와 한화 구단의 불협화음이 다소 풀렸다.
박찬호는 최근 자신이 주최한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화 입장에서 애매한 발언을 몇 차례 했다. 지난 19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박찬호 유소년 캠프'서 "한국 팬들 앞에 설 수 있다면 어느 팀이든 좋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같은 발언 내용을 접한 한화 구단은 "오히려 우리가 서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16일 오릭스 소속이던 박찬호를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만나 국내 복귀 문제를 논의했고, 이후 '박찬호 특별법' 통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한화였기 때문이다.
언론 매체를 통해서는 박찬호는 한화의 선수가 될 것이며 국내에서 선수로 뛴 뒤 명예롭게 은퇴하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을 여러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하지만 마치 '한화가 박찬호 복귀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박찬호의 발언이 나오는 바람에 대놓고 말은 못하고 속으로 냉가슴을 앓고 있는 형국이 됐다.
특히 한화는 다음달 13일 '박찬호 특별법' 통과 여부가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결정된 뒤 박찬호와 본격 접촉하기로 계획을 세워두고 있던 터라 서운한 마음이 더 컸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박찬호 측이 즉각 해명에 나섰다. 한화 이상군 운영팀장는 28일 오후 박찬호 매니지먼트사인 '팀61'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팀장은 한화 측의 입장을 단독직입적으로 설명했다. 연고지 출신 박찬호의 국내 복귀를 도우려고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찬호의 발언으로 인해 구단의 그동안 노력이 평가절하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이 팀장은 "한화 구단 수뇌부는 물론 구성원 대부분이 박찬호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달했다.
이에 대해 박찬호 측은 "한화가 박찬호의 복귀를 돕기 위해 지대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박찬호도 잘 알고 있다"면서 "의사전달 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것 같으니 더이상 오해하지는 말아 달라"고 사과했다.
특히 '한화에서 연락이 없었다'는 발언에 대해 박찬호 측은 박찬호의 국내복귀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한화로부터 추가로 들은 얘기가 없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지 한화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달 과정에서 말의 앞 뒤 부분을 잘라내고 '한화에서 연락이 없었다'는 부분이 강조되는 바람에 오해의 소지가 생겼다는 게 박찬호 측의 설명이다.
'팀61'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KBO 이사회에서 '박찬호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화 측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어떻게든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 만큼 한화 구단과의 관계가 소원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한화와 박찬호의 신경전 양상은 일단 덮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화 구단에서는 여전히 개운치 않은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화 관계자는 "박찬호가 직접 나선 게 아니라 대리인이 해명하지 않았느냐"면서 "'한화의 연락이 없었다'는 발언은 오해였다 치더라도 국내 복귀와 관련한 다른 발언들에 대한 당사자의 본심은 무엇인지 여전히 궁금하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