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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이 생긴다고 포지션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겁니다."
LG의 올겨울 화두는 단연 '내부 경쟁'이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한걸음 물러선 것이 그 시작이었다. 신임 김기태 감독은 외부 영입 대신, 내부 전력 강화를 선택했다. 그동안 LG 사령탑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경쟁이 뜨거운 이유는 또 있다. 올시즌 강조했던 멀티포지션 대신 '1인 1포지션'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LG는 올시즌 좌투수 상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박경수에게 2루수와 유격수를 병행시켰다. 상대 선발투수의 유형에 따라 두 포지션을 오가게 했고, 경기 중에도 수시로 포지션을 바꿨다. 하지만 박경수는 17개의 에러를 범해 실책 3위에 올랐다. 경기 도중 포지션을 이동했을 때 나온 실책이 대부분이었다.
김 감독 부임 후 작전·주루코치에서 수비코치로 보직을 이동한 유지현 코치는 과감히 전략을 바꿨다. 유 코치는 "올해와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단적으로 선발 출전한 야수가 교체된다 하더라도, 다른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이동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곧이어 그는 "부상 등으로 공백이 생길 때도 마찬가지다. 두번째 야수가 그 자리를 메울 것이다. 다른 포지션에서 이동하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유 코치는 진주캠프에서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기술적인 훈련에 집중하면서 내년 시즌 구상에 들어갔다. 최근 수비가 좋은 윤진호에게 2루수와 3루수 훈련을 병행시키고 있는 게 그 시작이다. 유 코치는 이에 대해 "진호의 장점은 안정된 수비력이다. 다른 선수들은 한 포지션만 시키려고 하지만, 진호만은 경기 도중 언제든 투입시킬 수 있도록 세 포지션을 준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타나 대주자 작전으로 수비 교체가 필요해지면 쓸 첫번째 옵션으로 윤진호를 선택한 것이다.
지난 24일 김일경이 합류하면서 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2루수 포지션을 두고 재활중인 서동욱 김태완에 도전장을 내민 것. 주전 유격수로 육성했던 오지환 역시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올해 입단해 시즌 막판 가능성을 보였던 정병곤의 움직임이 좋기 때문. 공수 모두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김용의도 백업 3루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벌써부터 경쟁은 시작됐다. '전문성 강화'를 선택하며 더욱 치열해진 LG 내야 경쟁, 내년 시즌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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