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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파워와 스피드가 세계 최고다. 공격적이다. 국내 타자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국제대회에서의 맞대결, 가능성↑
현재 가장 객관적인 자료는 국제대회 성적표다. 정대현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미국전에 두차례 나섰다. 예선에서는 7이닝 무실점의 깜짝 호투를 펼쳤다. 준결승전 성적은 6⅓이닝 2실점이었다. 빼어난 성적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대표는 마이너리그 위주로 구성됐다.
이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미국전에서는 2⅔이닝 2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삼진은 6개였다. 그 때는 트리플A 수준의 선수들이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메이저리그를 밟을 만한 객관적 성적은 충분했다고 볼 수 있다.
통할 수 있는 장점은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희소성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정대현처럼 아래에서 던지는 투수는 드물다. 그만큼 공의 궤적 자체가 낯설다. 볼티모어에서 큰 점수를 준 항목일 것이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별 게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절대 아니다. 위에서 내리 꽂는 공과 밑에서 올라오는 공을 보는 시각차는 상당하다. 몸이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한다.
여기에 싱커가 수준급이다. 120~135㎞의 다양한 구속에 각도가 변화무쌍하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공격적이다. 스트라이크 비슷하다 싶으면 방망이가 나간다. 이 순간, 뚝 떨어지는 싱커는 정대현의 최대 무기가 될 수 있다.
추가할 게 더 있다. 컨트롤이다. 사실 정대현은 수준급의 컨트롤 투수는 아니었다. 그런데 올시즌 후반부터 달라졌다. SK 전력분석팀에 따르면, 마음 먹은 대로 공을 던지는 감각이 생겼다. 힘있는 타자들을 상대할 때 컨트롤은 필수다.
종합을 해보자. 구질은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장점은 또 있다. 위기관리 능력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이다. 쿠바와 만났다. 3-2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에서 병살타를 유도했다.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었다.
이 능력은 수치에서도 증명된다. 최근 5년간 득점권에서의 득점허용률이 고작 1할4푼9리다. 볼티모어에서도 보직은 불펜이 유력하다.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이 높게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
필요한 건 없나?
국제대회 성적, 희소성, 구질 등 충분히 성공할 자격을 갖췄다. 하지만 상대는 메이저리그거다. 절대 방심할 수 없다. 분명 보완할 점이 있다.
국제대회 성적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베이징 올림픽 미국전에서 홈런을 하나 맞았다. 상대는 네이트 슈어홀츠, 당시 마이너리그 선수였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에서 뛰고 있다.
그 선수를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왼손이다. 200년 WBC 때도 3안타 중 2안타를 좌타자에게 맞았다. 켄 그리피 주니어(은퇴), 체이스 어틀리(필라델피아)였다.
최근 5년간 오른손타자 상대 타율은 1할8푼9리였다. 반면, 왼손타자에게는 2할6푼3리였다. 높지는 않지만, 약점이 있는 건 분명하다. 상대가 힘있는 왼손 메이저리거라면 이야기 차원이 달라질 수 있다.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커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조금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커브는 정대현의 주무기 중 하나다.
하지만 정대현은 왼손타자 몸쪽으로 휘는 커브를 잘 못던진다. 싱커는 왼손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진다. 이것만 갖고는 버티기 힘들다. 짝을 맞출 몸쪽 승부구, 바로 좌타자 무릎을 파고드는 커브다.
결론을 내보자. 메이저리거 정대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구질 보완은 꼭 필요하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