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허울 뿐인 '탬퍼링 금지' 실효 의문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11-21 15:07


최소한의 안전장치인가, 유명무실한 조항인가.

역대 최다의 FA가 쏟아져 나온 올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탬퍼링(사전접촉 금지) 규정'에 대한 강화 혹은 보완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FA가 쏟아져나왔을 뿐만 아니라 계약도 무척이나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지난 19일까지 원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 과정에서는 미온적이거나 혹은 감정적인 서운함마저 호소했던 일부 선수들이 20일부터 타구단과의 협상이 공식 개시되자마자 일사천리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20일 하룻동안에만 이택근(넥센)과 송신영(한화) 임경완(SK)이 새 구단의 품에 안겼다.

표면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계약이다. 이들은 타구단 협상 개시일에 해당구단의 협상담당자와 만났고, 계약조건에 합의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원소속 구단과 협상에 평행선만 긋던 이들은 20일 자정을 넘겨 타구단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다른 구단의 연락을 받았고, 이후 몇 시간만에 새 계약서에 사인한다.

그간 원소속구단과 해당선수의 협상과정을 지켜본 타 구단들이 선수가 원하는 조건을 맞춤형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계약이 빨리 성사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3~4년간 수십억원을 지출해야 하는 계약치고는 너무나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원소속팀의 협상이 부실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연 사전 교감이 없었을까'하는 의문도 든다. 다소 위험한 가설이긴 해도 '사전 접촉'의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지난 99년 스토브리그에서 처음으로 FA제도가 시행되면서 KBO는 '탬퍼링(사전접촉 금지) 규정'을 만들어뒀다. 원소속구단의 우선협상 권리를 인정해주고, 타 구단이 이를 어길 시 페널티를 부여하는 규정이다. KBO 정금조 운영팀장은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는 없는 규정이지만, 선수 시장이 협소한 국내 현실을 감안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과도한 몸값 상승을 막고, 또 해외구단들의 선수 빼가기를 막기 위해 만든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규정이 명확하게 지켜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각 구단들은 알게 모르게 FA 영입대상 선수와 사전 교감을 나누기도 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탬퍼링 규정'의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정 팀장은 "KBO로서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사전접촉 금지 조항을 만들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지켜지고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탬퍼링 규정을 없애 아예 미국이나 일본처럼 모든 구단이 협상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없는 현실"이라며 "규정의 보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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