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쫓던 개' 신세 된 롯데, 마지막 희망은 이승호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11-21 13:35 | 최종수정 2011-11-21 14:17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속담이 있다. 지금 롯데의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속담이 아닐까.

롯데는 이번 FA 시장에서 얻은게 없다. 거액 100억원을 베팅하며 최대어 이대호를 잡는데 집중했지만 이대호는 자신의 꿈을 위해 해외진출을 선언했다. 이대호에만 집중하는 사이 불펜 필승조 임경완과의 협상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방심하는 사이 SK에 빼앗겼다. 다행히 조성환은 잡았다. 하지만 올시즌 유독 후한 다른 구단 FA 선수들의 몸값에 비하면 조성환의 7억5000만원은 초라해 보인다. 선수단의 사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제 롯데가 잡을 수 있는 카드는 하나다. SK에서 FA로 풀린 좌완투수 이승호(20번) 뿐이다. 21일 오전 기준으로 FA 선언 후 미계약 한 선수는 총 4명. 이승호, 정대현, 김동주, 조인성이다. 현실적으로 이승호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롯데가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동주의 경우 많은 나이(35)와 7억원의 높은 연봉이 걸림돌이다. 여기에 본인이 3년 이상의 계약을 원한다. 롯데는 조성환(35)과 임경완(36)에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2년 이상은 제시할 수 없다고 했다.

정대현의 경우는 현재 미국진출이 유력한 상황이고 조인성은 강민호가 버티고 있는 롯데에는 어울리지 않는 카드다. 반면 이승호는 롯데에 안성맞춤이다. 안그래도 불펜이 약하다고 평가받았던 롯데는 임경완 마저 잃었다. 김사율이 올시즌 20세이브를 올리며 마무리 자리를 차지했지만 구위로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한 해 정도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 여기에 믿을만한 좌완투수도 강영식 뿐이다. 이승호가 롯데에 온다면 불펜, 마무리 등 어느 자리에서건 전천후 투수로 활약할 수 있다.

다만, 두산이 공개적으로 "이승호 영입에 나서겠다"고 하는 등 다른 구단들도 이승호 영입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어 몸값이 폭등할 조짐이다. 이점이 걸리긴 한다. 하지만 이승호는 롯데가 내년 시즌을 앞두고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임경완의 사례처럼 시장판도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넋 놓고 있다가는 또다시 허무하게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이승호 영입에 대해 "이승호 영입 뿐 아니라 전력보강을 위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특정선수를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훌륭한 투수인 만큼 모든 팀들이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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