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냉철했던 SUN, 따뜻한 남자로 변신했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11-18 11:46


선동열 감독이 KIA 타이거즈 감독으로 취임했다. 선 감독이 21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선수들과 상견례를 하고 있다.
광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1.10.21

차갑게만 보였던 '태양'이 따뜻한 온기를 뿜어내고 있다.

KIA 선동열 감독이 달라졌다. 그간 무뚝뚝하고 냉철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선수들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덕분에 일본 미야자키 휴가시에 마련된 KIA의 마무리캠프는 강훈 속에서도 훈훈한 기운이 맴돌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KIA 마무리캠프에는 역대 최다인 50여 명의 인원이 참가했다.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를 통틀어서도 역대 최대규모다. 게다가 이미 캠프 시작 전부터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는 '강훈'을 예고했다. 내년 시즌 팀을 뒤에서 받쳐줄 신진급 백업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당연히 선수들은 잔뜩 긴장감을 안은 채 일본으로 떠났다.

하지만, 실제 마무리캠프의 분위기는 매우 훈훈하다. 지난 16일 캠프를 조기마감하고 귀국한 이종범과 이범호 등 팀 주요선수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코칭스태프가 제시한 훈련량 자체는 조범현 전 감독 시절보다 다소 줄었다. 그런데, 투타의 젊은 선수들은 자율적으로 더 많은 훈련량을 소화해내고 있다. 선동열 감독이 주도하는 '소통'의 문화가 퍼지면서 선수단 전체에 의욕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동열 감독의 이런 분위기는 삼성 시절에는 드문 모습이다. 과거 삼성 사령탑 시절, 선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선수단을 장악했다.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코치진들에게 일임하고 본인은 큰 그림을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약 1년 간의 야인 생활을 거쳐 고향팀의 지휘봉을 잡으며 현장에 돌아온 선 감독은 '변화'를 택했다. 선수들의 눈높이에서 대화의 장을 많이 마련하기로 한 것.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그간 외부에서 KIA선수단을 지켜보기는 했지만, 선수 개개인에 대한 분석데이터는 적을 수 밖에 없다. 팀을 잘 운영해 우승에 도전하려면 주전뿐만 아니라 비주전 선수들의 기량과 잠재력, 그리고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파악해야만 한다. 그래서 선 감독은 일부러 구단에 요청해 이번 마무리캠프를 대규모로 확장했다. 보다 많은 선수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스스로도 "이번 마무리캠프에서는 선수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많이 나누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선동열 감독은 이런 계획을 꼼꼼히 실행에 옮기고 있다. 선수들과의 면담자리를 수시로 만들어 편안한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이종범은 "감독님이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시려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대화를 통해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시는 것 덕분에 캠프 분위기가 더욱 긍적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호 역시 "캠프에서 여러번 감독님과 면담을 했는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고참들과 식사자리도 몇 차례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휴가 마무리 캠프에는 지금 '온기'가 흐르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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