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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펜진에는 왼손 투수가 권 혁 밖에 없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좌타자를 상대해야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단 1장이다. SK에 풍부한 왼손 불펜 자원에 비해 초라하다. 유일한 약점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한국시리즈서 문제를 드러냈다. 권 혁은 1차전서 2-0으로 앞선 8회초 2사 후 마운드에 올랐다. 안지만이 삼진 2개로 아웃카운트를 잡은 상황, 삼성 벤치는 좌타자 박재상을 막기 위해 권 혁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3구 만에 우중간으로 향하는 안타를 허용했다. 결국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오승환을 9회가 아닌 8회 등판시켰다.
4차전서도 부진은 계속됐다. 4-5로 추격당한 7회 무사 1루서 박정권을 상대하러 마운드에 올랐지만, 폭투로 1루 주자 최 정의 진루를 허용한데 이어 박정권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류 감독은 권 혁을 변함없이 신뢰했다. 그는 4차전이 끝난 뒤 권 혁의 부진에 대해 "아쉽다. 하지만 권 혁은 좌타자 뿐만 아니라 1이닝에서 2이닝까지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며 "흔들렸어도 계속 기용할 것이다. 감독이 선수를 안 믿으면 누구를 믿나. 한번 더 기회를 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권 혁은 올시즌 58경기서 1승3패 19홀드에 방어율 2.79를 기록했다. 2007년 이래 5년 연속 두자릿수 홀드를 기록했다. 기록에서 나타나듯 삼성에 권 혁 이외에 믿을 만한 왼손 불펜 투수는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는 1승 만이 남았다. 권 혁이 상처난 자존심을 극복하고 우승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