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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보다보면 가끔 실소가 나올 때가 있다.
타자는 파울 홈런 후 삼진을 당하고, 투수는 무사 만루에서 잇단 삼진으로 다 벗어난듯 보였던 위기에서 허무하게 적시타를 허용한다. 그래서 한 고비 넘었을 때가 투수교체 타이밍이란 얘기도 있다. 김성근 SK 전 감독이 큰 경기에서 이런 형태의 교체를 자주 단행한 바 있다.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도 이러한 반전이 나왔다. 신명철이 2-1로 앞선 4회초 무사 1루서 번트 실패 후 투런 홈런을 날렸다.
신명철의 마음으로 상황을 설명해보자. 신명철은 초구, 2구째 번트를 시도했으나 SK 두번째 투수 이재영의 빠른볼에 예상했던 것보다 타구가 밀리며 1루선상을 벗어났다.
볼카운트 2-0. 이 때 타자 마음의 변화는 두가지. 하나는 압박감이다. 부정적 영향이다. 초보타자의 경우 십중팔구 허둥대다 병살타나 어이없는 공에 삼진을 당하는 등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신명철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타자였다. 그런 면에서 마운드 위 이재영의 조금 더 신중한 제구력이 아쉬웠다.
또 하나의 변화는 긍적적인 측면이 있다. 팀배팅이다. 어차피 작전을 실패한 책임이 있으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 멋진 안타보다는 진루타에 주력한다. 힘을 빼고 가볍게 밀어치겠다는 마음으로 선회한다. 신명철이 꼭 그랬다. 이 때 상대 투수는 적극적인 몸쪽 승부로 진루타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재영은 실투를 했다. 2-1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144㎞짜리 직구가 가운데 살짝 높게 들어왔다. 타자가 잔뜩 기다리던 바로 그 공이었다. 신명철은 의도적으로 우익수 쪽으로 타구를 밀었고, 가벼운 스윙으로 맞은 타구는 본인도 예상하지 못할만큼 멀리 날았다. SK 우익수 안치용이 뒤돌아 뛰어봤지만 기다리던 건 펜스 뿐이었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오히려 실패를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야구는 인생역전을 닮았다. 또 하나, 베테랑 신명철의 숨은 가치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