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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비룡의 에이스'가 출격명령을 받았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27일 "김광현을 4차전 선발로 등판시키겠다"고 말했다.
팀이 2연패를 당한 상황에서 4차전 선발. 에이스로서 당연한 출전. 다소 늦은 느낌이다. 확실한 선발감이 부족한 SK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이 감독이나 김광현이나 4차전 선발은 최적의 시나리오다.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김광현은 세 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한번도 웃어보지 못했다. 지난 8일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4⅔이닝 4안타 3볼넷 1실점)을 제외하면 '무너졌다'는 표현이 맞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10월16일)과 5차전(10월23일)에서 4회를 넘기지 못하며 강판됐다.
투구밸런스가 좀처럼 맞지 않았다. 145㎞대로 떨어진 직구와 각이 무뎌진 슬라이더가 문제였다. 제구력도 매우 불안했다.
사실 3차전 선발도 가능했다. PO 5차전서 1이닝만 던지는 바람에 투구수는 단 35개였다. 때문에 나흘 쉬고 등판할 수 있는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도 가능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투구 밸런스와 함께 무너진 자신감을 찾는 것이었다. 시간이 필요했고, 결국 5일 쉬고 등판하는 4차전 선발로 낙점됐다. 믿을 수 있는 선발이 마땅치 않은 SK와 포스트시즌에서 부진을 보이고 있는 김광현에게 모두 최적의 선택이었다.
그의 컨디션은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광현의 현재 컨디션이다. 선발로 나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포스트시즌 들어 김광현의 상태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불펜투구에선 투구의 질이 괜찮았다. SK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이 감독도 "상태는 좋다. 문제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막상 실전 마운드에 올라가면 흔들렸다.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김광현은 선발 로테이션을 규칙적으로 돌면서 투구하지 못했다. 부상과 재활, 그리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1주일 만에 등판했고, 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우천취소로 6일 만에 등판했다. 쉬는 간격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실전 컨디션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5일 만의 등판이다. 최상의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는 최적의 휴식기간이다. 문제였던 자신감 부분에서도 호재가 있다.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이었던 지난 3일 김광현은 4이닝 7탈삼진, 1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보였다. 상대는 한국시리즈 파트너인 삼성이었다. 그동안 번번이 실망감을 안겼던 김광현이 호투할 가능성이 보이는 이유다.
배수의 진
김광현의 선발 등판은 현재 '양날의 검'이다.
한국시리즈에서 2연패를 당하고 있는 SK.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삼성과의 힘대결에서 미세하게 밀리기 때문이다. 특히 선발진의 힘겨루기에서 생기는 2% 부족분이 그대로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때문에 SK 입장에서는 에이스 김광현의 부활이 절실하다. 김광현은 SK 선수단에서 매우 상징적인 선수다. 그가 제 역할을 해줘야 SK 전력의 100%가 완성된다. 팀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도 대단하다.
4차전 등판 때의 상황을 두 가지로 가정할 수 있다. SK가 3연패에 빠졌을 경우와 1승2패로 반격에 나섰을 경우다. 어떻게 보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힘을 뺀 SK로서는 3차전부터가 진정한 정면승부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3연패를 당하든, 1승2패를 하든 김광현의 호투로 4차전을 SK가 잡는다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 이른바 김광현 효과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는 그럴 만한 충분한 관록과 힘이 있다. 하지만 김광현이 4차전에서 무너진다면 SK로서는 더 이상 삼성과의 힘겨루기에서 희망을 볼 수 없다.
김광현 자신도 아픈 추억만 가득 안은 채 만회할 기회 없이 기나긴 겨울 내내 상처만 곱씹을 수 있다.
한마디로 김광현의 4차전 선발등판은 SK에게나, 김광현에게나 '배수의 진'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