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 약하다. 야구계의 오랜 진리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고스란히 증명됐다.
이날 2차전서 최형우는 4회 SK 왼손 이승호(배번 20)를 상대로 1루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6회 선두타자로 나가서는 박희수로부터 볼넷을 얻었다. 이승호는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높은 직구로 최형우를 플라이 처리했다. 박희수는 최형우를 상대로 극단적인 바깥쪽 승부를 벌이며 어렵게 승부를 이어가다 볼넷을 내준 것이었다. 사실 최형우는 전날 1차전서 2루타 2개를 치는 등 타격감이 괜찮은 편. 박희수로서는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박정권 역시 왼손 투수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삼성 왼손 선발 장원삼과 세 번 만나 볼넷 한 개를 얻었을 뿐 나머지 두 타석에서는 범타에 그쳤다. 특히 6회 무사 2,3루서는 볼카운트 2-0에서 4구째 낮게 제구된 132㎞ 슬라이더를 잡아당기려다 투수 땅볼로 아웃됐다. 3루주자 박재상은 홈대시는 커녕 귀루하기 바빴다. 박정권을 효과적을 묶은 삼성은 장원삼을 내리고 SK 오른손 타자들을 막기 위해 사이드암스로 권오준을 등판시켰다. 박정권의 땅볼이 너무도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날 장원삼은 5⅓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내줬을 뿐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절정의 피칭 감각을 자랑했다.
한국시리즈와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중심타자가 약점을 그대로 노출할 경우 마지막 경기까지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최형우와 박정권의 남은 한국시리즈 목표는 역시 왼손 공략이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