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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당연히 고효준의 컨트롤 불안을 기대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고효준도 우리처럼 경기에 안나간지 오래 됐다. 경기감각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고, 삼성 최형우도 "오늘 긁히면 치기 힘들 수 있다. 안좋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예상외의 호투
0의 행진이 불러온 압박감
그러나 0의 행진속에 경기 중반이 점점 가까워오면서 고효준은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줄줄이 나올 삼성 불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선발이 5회까지만 막아주면 6회부터는 안지만-권오준-권 혁-오승환 등 줄줄이 필승 계투조가 투입된다. 그들이 나오기 전에 SK는 점수를 1점이라도 뽑아야 했고, 반대로 고효준은 1점이라도 점수를 주지 말아야 했다. 4회초 무사 1루서 이호준의 3루수앞 땅볼이 병살타로 연결되고, 이어진 2사 3루서도 점수를 뽑지 못하자 4회말 위기가 왔고 고효준은 1점도 주면 안된다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했다.
1사후 최형우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하자 컨트롤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5번 강봉규에게는 몸쪽 붙는 공을 던지다가 사구를 내줬다. 채태인을 삼진으로 잡아내 한숨 돌리나 싶었지만 신명철을 넘지 못했다. 볼카운트 2-2에서 신명철이 연속해서 2개의 파울을 내며 끈질기게 승부를 하자 고효준은 7구째 138㎞의 바깥쪽 낮은 직구를 던졌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와 제구는 잘된 편이지만 제구에 신경쓰다보니 구위가 떨어졌고 신명철의 힘찬 스윙에 좌중간 2루타가 됐다.
결국 삼성의 저승사자같은 불펜진이 컨트롤 문제를 안고 있는 고효준을 벼랑끝으로 내몬 셈이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