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찬호 영입 미련 버리는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10-25 13:46


박찬호. 스포츠조선 DB


한화가 박찬호 영입에 대한 미련을 사실상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호가 최근 오릭스에서 방출돼 국내 복귀를 희망함에 따라 한화가 유턴 종착지로 다시 떠올랐다.

한화는 박찬호의 고향(충남 공주) 지역을 아우르는 연고 구단이라는 이유로 올시즌 초반 박찬호 복귀설이 나올 때부터 영입 1순위 구단으로 점쳐져왔다.

이와 관련해 한화 구단은 다른 7개 구단에서 이른바 '박찬호 특별법'을 용인해 준다면 박찬호를 영입할 뜻이 있다는 기존의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 했다.

지난 2007년 최희섭(KIA), 송승준(롯데), 김선우(두산) 등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해외파 특별 지명을 통해 복귀할 때 해당자가 없던 한화가 유일하게 해외파 지명을 못했으니 양해해 달라는 것이다. 노재덕 단장은 다음달 KBO(한국야구위원회) 실행위원회가 열릴 때 관련 안건을 건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특별법을 전제로 한 조건부 영입 방침이다. 실제 구단 내부의 체감온도는 차갑다. "박찬호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올시즌을 일찍 마감한 한화는 요즘 다음 시즌 전력보강 방안을 구상하는 중인데 박찬호는 보강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박찬호의 나이와 일본에서의 활약상 등을 감안할 때 객관적으로 큰 보탬이 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박찬호는 마케팅 측면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지 몰라도 다른 면에서는 큰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한화가 박찬호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는 이유는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한화는 시즌 초반 박찬호 복귀설이 처음 나왔을 때 한국행이 결정났더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박찬호를 영입할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박찬호가 많은 걸 희생하고 한국행을 결심하는데 한화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어떡하느냐'는 지역 여론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추진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당시 한화는 타 구단에 '박찬호 특별법'을 설득하다가 안되면 2012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포기해서라도 영입할 각오도 했다. KBO 규정상 국내에 복귀해 1년간 유예기간을 보내더라도 2012시즌 후반기부터는 즉시 전력으로 쓸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늦었다. 이미 올시즌은 끝났고, 내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면 1년을 꼬박 쉰 뒤 2013년에 가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김태균 영입으로 2012년에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구단 사정상 2013년까지 기다려 줄 여력이 없고, 더 노쇠해진 박찬호의 기량도 낙관하기 힘들다.

결국 한화는 특별법 제정으로 박찬호가 2012시즌부터 당장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면 몰라도 현행 규정대로 영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극히 부정적이다.

일각에서는 "박찬호의 마케팅 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는 판국에 특별 지명이 성사된다고 한들 내년 시즌 한화의 전력 구상에 박찬호가 중요 비중을 차지할 지도 미지수"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한화에게 박찬호의 존재는 전력 극대화의 수단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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