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하는 야구, 경험은 역시 SK다.
SK 선수들은 지난 5년 간의 가을야구 경험을 통해 스스로 움직일 줄 알게 됐다. 플레이오프에서 SK에 패한 롯데 코치진은 "SK는 선수들이 야구를 할 줄 안다. 역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며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특별한 요구 없이도 순간적으로 몸이 움직이더라. 8개 구단 중 이런 팀은 SK밖에 없다"고 했다. SK가 상대와 비슷한 전력, 혹은 떨어지는 전력으로도 승리를 가져가는 이유다.
또한 SK는 개개인이 아닌 팀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되는 결속력이 강하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내내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SK 선수들은 지더라도 크게 동요치 않는다. 보통 큰 경기에서 전날 패했을 때 벤치 분위기는 180도 바뀌기 마련이다. 하지만 선수들 모두 "오늘 이기면 되죠"라며 쿨하게 넘긴다. 부진에 빠져도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다. 모두들 "내 방망이가 맞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믿음의 끈으로 강하게 연결된 팀도 보기 드물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서 SK가 우위에 있지는 않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서 총력전을 펼친 탓에 선발투수 중 정상 등판이 가능한 선수는 송은범 뿐이다. 에이스 김광현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SK 불펜진이 강하다. 하지만, 삼성 역시 철벽 마무리 오승환을 중심으로 한 필승조가 탄탄하다.
중요한 건 선수들의 경험이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누가 위축되지 않고 100% 이상의 플레이를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SK가 시리즈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한다면 4승2패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