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기자, 이래서 이긴다] SK가 4승2패로 우승한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10-24 17:21


선수들이 하는 야구, 경험은 역시 SK다.

SK는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프로야구 30년사에 그 어떤 팀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그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선수들의 야구'를 지향한다. 실제로 불필요한 작전이나 벤치 지시가 없다. 희생번트 사인도 내지 않는다. 또한 도루는 모두 그린라이트다. 선수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다. 다른 팀이었으면 역효과가 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SK이기에 가능한 전술이다.

SK 선수들은 지난 5년 간의 가을야구 경험을 통해 스스로 움직일 줄 알게 됐다. 플레이오프에서 SK에 패한 롯데 코치진은 "SK는 선수들이 야구를 할 줄 안다. 역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며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특별한 요구 없이도 순간적으로 몸이 움직이더라. 8개 구단 중 이런 팀은 SK밖에 없다"고 했다. SK가 상대와 비슷한 전력, 혹은 떨어지는 전력으로도 승리를 가져가는 이유다.

또한 SK는 개개인이 아닌 팀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되는 결속력이 강하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내내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SK 선수들은 지더라도 크게 동요치 않는다. 보통 큰 경기에서 전날 패했을 때 벤치 분위기는 180도 바뀌기 마련이다. 하지만 선수들 모두 "오늘 이기면 되죠"라며 쿨하게 넘긴다. 부진에 빠져도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다. 모두들 "내 방망이가 맞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믿음의 끈으로 강하게 연결된 팀도 보기 드물다.

SK는 실전 감각 면에서도 삼성에 크게 앞서 있다. SK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실전 감각이 최고조로 올랐다. 반면 삼성은 지난 6일 페넌트레이스가 종료된 뒤로 19일 만에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그간 자체 청백전을 치렀다 할지라도 실전과 청백전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SK가 경기 감각으로 고전하는 삼성을 시리즈 초반부터 몰아붙인다면 지난해처럼 일방적인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서 SK가 우위에 있지는 않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서 총력전을 펼친 탓에 선발투수 중 정상 등판이 가능한 선수는 송은범 뿐이다. 에이스 김광현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SK 불펜진이 강하다. 하지만, 삼성 역시 철벽 마무리 오승환을 중심으로 한 필승조가 탄탄하다.

중요한 건 선수들의 경험이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누가 위축되지 않고 100% 이상의 플레이를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SK가 시리즈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한다면 4승2패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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