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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고민했던 박찬호는 일본행을 결심했고, 오릭스와 총액 220만 달러에 계약을 했다. 오릭스는 이승엽과 함께 박찬호를 영입함으로써 전력 강화를 노렸다. 특히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박찬호에게 선발 한 자리를 약속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박찬호는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1승5패, 방어율 4.29로 시즌을 마쳤다. 6월 말 이후엔 아예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박찬호의 방출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시나리오다. 특히 오릭스를 담당하는 일본 현지 취재진들은 시즌 중반부터 박찬호가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데다 오릭스 오카다 감독도 박찬호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시즌 후 방출을 예상했다.
당장 한국에서 뛸 수는 없다. 현재 박찬호는 국내에 들어올 경우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한다. 따라서 1년은 기다려야 선수로 활동할 수 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인 박찬호가 1년을 쉰 뒤에 선수로 뛰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박찬호가 현역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선 일본내 다른 팀이나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해야 한다. 이 역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박찬호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하는 일이 잘되고 성공을 이룰 땐 그 결과를 남이 알아 주기만을 바라면서 자만의 유혹에 시달려 어둠의 수렁을 깊이 파고 있는 줄 몰랐다"면서 "그런데 실패를 거듭하는 시련 속에서는 극복하려는 노력과 끊임 없는 도전 속에서 다져지는 용기와 희망을 볼 수 있으며 자신을 낮추는 성숙과 진정한 사랑을 배울 수 있나 보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오늘도 비슷한 스케줄로 하루를 보냈지만 인내와 노력은 더욱 깊어진다. 인내가 깊어질수록 나를 더욱 깊이 보게 되고 끊임없는 노력 속에서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서 "어떤 나였었는가는 소용없다. 지금의 나로부터 시작이다. 내가 이렇게 되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내가 될 것인지만 생각하며 미래의 나를 목표로 두고 현재에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박찬호의 글엔 현역에 대한 의지가 묻어난다. 과연 박찬호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