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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연패로 진 것을 설욕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삼성 류중일 감독
"역시 가을하면 SK라는 것을 보여드리겠다."-삼성 이만수 감독대행
정규리그 우승팀 삼성 류중일 감독이 먼저 비수를 날렸다. "이만수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여기까지 올라오시느라. SK가 야구 잘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라고 SK를 띄우더니 "작년에 4연패로 진 빚을 설욕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라며 설욕전을 예고했다. 8차전까지 할 것이라고 손가락 8개를 펼쳤던 류 감독은 "재미있게 해보려고도 했지만 한번은 15회까지 해서 무승부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4승1무3패로 우승할 것이다"라고 한 뒤 이어 "SK는 투수 소모가 많았지만 우린 휴식을 많이했다. 공격만 살아나면 쉽게 끝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여유를 보였다.
이에 SK 이 감독은 류 감독을 칭찬하는 것으로 상대의 칼날을 무디게 했다. 이 감독은 "유격수 레전드하면 김재박 선배를 꼽는데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 최고의 유격수는 류중일 감독이다. 센스나 손놀림 등 동물적인 감각이 최고였다. 만약 필요한 선수를 꼽으라면 류중일 감독을 선택하고 싶다"면서 "류감독은 감독으로서도 월등하다. 초짜라고 하는데 베테랑같이 경기운영을 한다. 내가 야구선배지만 감독으로는 옆에서 보고 배우고 있다"고 류 감독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가을하면 SK라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말했다.
선수들은 재치있게 상대를 자극했다. 쉴새없는 말 공격의 연속이었다. 삼성 최형우는 전주고 선배인 SK 박정권에 대해 "선배님이 PO MVP를 타셨으니 한국시리즈에서는 조용히 집에 보내드리도록 하겠다"라고 했고 박정권은 "국내 최고 타자인 최형우의 타격을 배우고 있다"며 후배를 띄우더니 "한국시리즈에서는 수비도 안하고 형우의 타격을 지켜볼 것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잘했지만 포스트시즌은 다르다는 것을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느꼈을 것이다. 아마 형우가 작년 한국시리즈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라며 작년처럼 최형우가 SK 투수들을 상대로 좋은 타격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박정권은 "내가 학교시절을 얘기하면 박정권 선배를 내일부터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면서 "엉덩이에 멍이 들지 않으면 내 엉덩이가 아닌것 같았다"라고 응수.
삼성 주장 진갑용은 "올해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준'자를 빼겠다고 했는데 그말대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왔다. 올해는 진짜 '준'자를 떼고 우승하겠다"라며 "체력적으로 우리가 앞선다"고 했고, SK 주장 이호준은 "남들이 안된다, 힘들다 할 때 더욱 강해지는 팀이 SK다"라며 "이미 우리는 박정권 안치용 정근우가 미쳐있고 이번엔 박재상과 최 정도 미칠 것이다"라고 선수들의 컨디션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했다.
입씨름의 끝은 악수와 웃음이었다. 진짜 승부가 기다리고 있기에 웃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