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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수들이 어리둥절했다.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전임 박종훈 감독이 자진 사퇴한 뒤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이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김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악바리 스타일이었다. 이런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했을때 대부분의 선수들은 김 감독과의 첫 만남이 무거운 분위기에서 시작될 줄 알았다. 첫 날부터 빡빡한 훈련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김 감독은 "일반인에겐 1월1일이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이지만 프로야구 선수에겐 마무리 훈련이 한해를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한 뒤 "오늘부터 3일동안 휴가를 더 주겠다. 가족이나 애인에게 서비스를 해라. 대신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정말 열심히 훈련하자"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어 김 감독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LG에게 내년은 10년째다. 무슨 의미인지는 선수 여러분들이 잘 알 것"이라며 "내년 이맘때엔 함께 웃을 수 있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다음달 5일부터 시작되는 경남 진주 마무리캠프에 대한 계획도 선수들 앞에서 밝혔다. 그는 "진주 캠프도 자율에 맡기겠다. 캠프에 참가를 원하는 선수들은 명단에 이름을 적어라.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구리에서 훈련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 다만 진주 캠프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인내력, 한계를 경험해 보기 바란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지난해까지 혹독한 훈련을 경험했던 선수들은 김 감독이 밝힌 자율적인 훈련 분위기에 대해 나름대로 의미를 해석하는 모습이었다.
상견례가 끝난 뒤 김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부터 훈련이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온 선수들이 많았을 것이다. 3일 더 휴가를 준 건 그 만한 이유가 있다.다. 야구가 절실한 선수들은 스스로 알아서 할 것이다. 프로 선수들을 강제로 끌고 갈 수는 없다"며 "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라도 강도가 높고, 효과가 큰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감독은 이날 오후 일본 도쿄로 떠나 22일엔 요미우리 자이언츠 하라 감독을 만나 인사를 한 뒤 23일부터는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중인 LG 선수단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지난 2010년 LG 2군 감독을 맡기전까지 요미우리 2군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바 있다.
구리=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