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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범 부상투혼, 채병용이 생각난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10-20 12:08


19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1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롯데와 SK의 경기가 열렸다. SK 선발 송은범이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1.10.19.


SK 선발 투수 송은범(27)이 19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보여준 눈부신 역투는 인천 홈팬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PO 3차전의 데일리 MVP로 선정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송은범은 이날 6이닝 동안 3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페넌트레이스에서 팀타율이 가장 좋은 롯데 불방망이 타선을 상대로 이처럼 호투한 것만 해도 관심 끌기에 충분한데 송은범이 높게 평가된 또 다른 이유는 부상 투혼 때문이었다.

송은범은 올해 초부터 오른쪽 팔꿈치에 심한 통증을 달고 지내왔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뼛조각이 떨어져 나간 상태여서 올시즌이 끝나면 수술을 받기로 했다. 진통제로 버티는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3차전을 앞두고 감기에 걸려 컨디션도 정상이 아니었다. 2차전 선발로 예고됐다가 3차전으로 연기될 정도였다. 우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마운드에 오른 송은범은 언제 그랬냐는 듯 펄펄 날았다.


1회부터 만루 위기를 맞았고, 2, 3회 연속 주자 1, 2루를 허용하는 등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졌지만 부상으로 인해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버텼다. 그래서 팬들을 더 기쁘게 했다.

송은범의 부상 투혼을 보니 불현듯 떠오르는 송은범의 선배가 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SK 선발 자원 채병용(29)이다.

채병용도 지난 2009년 눈물겨운 부상 투혼으로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채병용은 2009시즌 7월부터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찢어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받고도 포스트시즌까지 버텨왔다.

시즌이 완전히 끝나면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하기 전에 수술을 받겠다고 의지를 보인 것이다. 10월 10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 홈에서 2연패를 당한 SK는 1패만 더하면 탈락하는 궁지에 몰려 있었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3연패를 했다면 감독직에서 물러날 생각까지 했다"고 회고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대를 걸 수가 없었다. 1, 2차전에서 최고의 선발카드인 글로버와 카도쿠라를

가동했기 때문에 3차전은 사실상 버리는 경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통제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채병용에게 기대를 걸 게 없을 뿐더러 PO를 앞두고 벌인 자체 홍백전에서도 최고 구속은 130㎞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채병용은 막상 마운드에 올라서자 송은범과 마찬가지로 언제 그랬냐는 듯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채병용은 3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5⅓이닝 동안 4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틀어막아 10회 연장 끝에 3대1로 승리하는 발판을 놓았다. 기적적인 반전 기회를 잡은 SK는 연거푸 연승행진을 달리며 2패 뒤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채병용은 3일 밖에 쉬지 못하고 등판한 10월 14일 PO 5차전에서도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티며 팀이 극적으로 한국시리즈를 결정짓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채병용의 투혼은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됐다. 10월 20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채병용은 선발 투수로 나와 5⅔이닝 동안 5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의 역투를 펼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SK가 초반 2연패 뒤 2연승으로 균형을 맞추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7차전까지 전개된 대망의 최종전에서 구원 등판했다가 끝내기의 희생양이 됐다. 5-5 접전을 벌이던 9회말 등판한 채병용은 선두타자 김원섭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나지완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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