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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순간 만큼은 냉정 보다 열정이 딱 1㎝ 앞선다. 롯데가 멍군을 불러 1승1패 균형을 이룬 플레이오프, 숨막히는 열기 속에서 양 팀 모두 할 말도 많고 눈에 밟히는 것도 많다. 플레이오프 2차전을 본 양팀 팬들이 "그래, 내 말이 그 말이야" 하며 무릎을 탁 칠 이야기들이 양쪽 담당 기자들의 입에서 쏟아졌다.
프로야구에는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12초 룰이 있다. 주자가 없을 때 투수는 12초 이내에 던져야 한다.
전날에 이어 롯데 투수들의 견제가 정말 좋다. 1차전 때 장원준이 1회 2루주자 최 정을 잡은 데 이어 이날은 송승준이 6회 1루에 나간 박재상을 견제사시켰다. 손이 1루에 닿기 전에 이대호의 미트가 정확히 박재상의 옆구리쪽을 태그했다. 박재상이 억울하다고 헬멧을 벗어 땅에 내팽겨칠 정도의 오심은 아니었다. 큰 경기라 그런지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너무 예민하다는 생각이 든다.
7회말 문규현의 고의성 사구는 아쉬웠다. 물론 이후 안타를 치고 나갔으니 결과적으로 사구로 걸어나간 것보다는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받아들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한마디만 하자. 솔직히 SK 외야수 박재상이 너무 불쌍하다.
수비 잘하는 것도 못 마땅한가. 박재상은 이날 3회 손아섭의 빨랫줄같은 타구를 그림같은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그리고 강민호의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도 침착하게 잘 잡아냈다.
롯데 팬 입장에서는 얄미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물질을, 그것도 경기 도중 던지는 것은 한참 잘못됐다. 몇몇 몰상식한 팬의 소행이긴 하다. 주변에 있던 대부분의 팬들은 "집에 가"라고 야유를 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전준우의 홈런타구에 이만수 감독대행이 항의하러 나오자 이번에는 본부석 쪽 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왔다. 그리고 좌익수 쪽에도 여러차례 이물질이 등장했다. 박재상과 김강민이 심판진에게 하소연할 정도였다. 경기를 하자는 얘기인가, 말자는 얘기인가.
3회 김주찬의 타석에서 구심이 SK 선발 고든에게 '12초 룰 경고판정'을 내린 것도 그렇다. 고든은 볼이 땅에 떨어지는 바람에 주워서 닦았다. 그래서 시간이 좀 지체됐다. 그 시간은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닌가. 너무 엄격하게 적용됐다는 느낌이 든다. 고든이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이 경고로 인해 투구리듬이 크게 흔들릴 뻔 했다.
6회 볼넷으로 나간 박재상의 1루 견제사도 찜찜하다. 송승준이 날카로운 견제를 했고, 박재상은 약간의 역동작이 걸렸다. 그러나 빠른 순발력으로 1루에 손이 먼저 터치된 것 같았다. 박재상도 억울한 모습이 역력했다. 마지막으로 7회 문규현의 사구 유도 장면은 많이 민망했다. 이영욱의 볼이 몸쪽으로 바짝 붙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문규현은 노골적으로 왼쪽 팔꿈치를 갖다댔다. 모른척 1루로 나가려던 문규현을 손짓으로 부르는 최규순 주심의 모습은 마치 무임승차를 시도하는 얌체 승객을 잡아낸 검표원의 그것과 흡사했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