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편파관전평]SK 너무 예민한거 아냐?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1-10-17 22:32


프로야구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펼쳐졌다. 6회초 2사 1루 박재상이 송승준의 견제구에 아웃되자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부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이 글을 쓰는 순간 만큼은 냉정 보다 열정이 딱 1㎝ 앞선다. 롯데가 멍군을 불러 1승1패 균형을 이룬 플레이오프, 숨막히는 열기 속에서 양 팀 모두 할 말도 많고 눈에 밟히는 것도 많다. 플레이오프 2차전을 본 양팀 팬들이 "그래, 내 말이 그 말이야" 하며 무릎을 탁 칠 이야기들이 양쪽 담당 기자들의 입에서 쏟아졌다.

프로야구에는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12초 룰이 있다. 주자가 없을 때 투수는 12초 이내에 던져야 한다.

SK 선발 고든이 3회말 문규현을 상대할 때 12초 룰 위반으로 최규순 주심에게서 경고를 받았다. 최 주심이 고든에게 12초룰에 대해 말해주기 위해 마운드로 걸어나가며 SK측에 통역을 부탁했다. 그러나 SK 덕아웃은 통역원을 빨리 마운드에 보내지 않고 이만수 감독대행이 먼저 앞으로 나왔다. 김상진 투수코치는 덕아웃 안에서 제스처를 취하며 크게 고함을 질렀다. 공이 떨어져 고든이 주워 흙을 털어내느라 그런 것인데 그것까지 12초 룰에 포함하면 안된다는 항의였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고든은 공이 떨어졌을 때 타임을 요청했어야 했다. 12초 룰에 대해 고든에게 제대로 숙지시키지 않은 SK측도 잘못 아닌가.

전날에 이어 롯데 투수들의 견제가 정말 좋다. 1차전 때 장원준이 1회 2루주자 최 정을 잡은 데 이어 이날은 송승준이 6회 1루에 나간 박재상을 견제사시켰다. 손이 1루에 닿기 전에 이대호의 미트가 정확히 박재상의 옆구리쪽을 태그했다. 박재상이 억울하다고 헬멧을 벗어 땅에 내팽겨칠 정도의 오심은 아니었다. 큰 경기라 그런지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너무 예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 경기서 SK의 수비 때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로 이물질을 던져 경기 진행을 방해하는 일이 몇차례 있었다. 야구장에 오시는 팬들은 앞으로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런 행동은 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그래도 팬들이 던진 사람들을 옹호하기 보다는 "집에 가"를 외치며 시민의식을 발휘하지 않았나. 이물질을 던진 팬은 밉지만 그보다는 옆에 있던 성숙한 팬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7회말 문규현의 고의성 사구는 아쉬웠다. 물론 이후 안타를 치고 나갔으니 결과적으로 사구로 걸어나간 것보다는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받아들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한마디만 하자. 솔직히 SK 외야수 박재상이 너무 불쌍하다.

수비 잘하는 것도 못 마땅한가. 박재상은 이날 3회 손아섭의 빨랫줄같은 타구를 그림같은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그리고 강민호의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도 침착하게 잘 잡아냈다.

롯데 팬 입장에서는 얄미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물질을, 그것도 경기 도중 던지는 것은 한참 잘못됐다. 몇몇 몰상식한 팬의 소행이긴 하다. 주변에 있던 대부분의 팬들은 "집에 가"라고 야유를 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전준우의 홈런타구에 이만수 감독대행이 항의하러 나오자 이번에는 본부석 쪽 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왔다. 그리고 좌익수 쪽에도 여러차례 이물질이 등장했다. 박재상과 김강민이 심판진에게 하소연할 정도였다. 경기를 하자는 얘기인가, 말자는 얘기인가.

3회 김주찬의 타석에서 구심이 SK 선발 고든에게 '12초 룰 경고판정'을 내린 것도 그렇다. 고든은 볼이 땅에 떨어지는 바람에 주워서 닦았다. 그래서 시간이 좀 지체됐다. 그 시간은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닌가. 너무 엄격하게 적용됐다는 느낌이 든다. 고든이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이 경고로 인해 투구리듬이 크게 흔들릴 뻔 했다.

6회 볼넷으로 나간 박재상의 1루 견제사도 찜찜하다. 송승준이 날카로운 견제를 했고, 박재상은 약간의 역동작이 걸렸다. 그러나 빠른 순발력으로 1루에 손이 먼저 터치된 것 같았다. 박재상도 억울한 모습이 역력했다. 마지막으로 7회 문규현의 사구 유도 장면은 많이 민망했다. 이영욱의 볼이 몸쪽으로 바짝 붙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문규현은 노골적으로 왼쪽 팔꿈치를 갖다댔다. 모른척 1루로 나가려던 문규현을 손짓으로 부르는 최규순 주심의 모습은 마치 무임승차를 시도하는 얌체 승객을 잡아낸 검표원의 그것과 흡사했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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