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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SK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 시작 전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선수들을 일일이 불러 긴장을 풀어주고 있었다. 이 감독은 안치용에게 "(안)치용아 오늘 하나 부탁한다"고 하자, 무표정하게 '훈련을 하러 나가야 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16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전 또 다시 이 감독은 "(안)치용아 준비됐제"라고 하자, 안치용은 또 다시 말없이 손가락을 우측 펜스를 가리켰다.
안치용의 인상적이었던 제스처는 거짓말처럼 현실이 됐다. 7회 좌측 펜스를 넘기는 115m짜리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4-4 동점상황에서 SK에게 리드를 안겨주는 결정적인 홈런.
사실 손가락 방향은 맞지 않았다. 안치용은 우측 펜스를 가리켰지만, 타구는 좌측 펜스로 날아갔다.
그러나 중요한 건 안치용의 예고가 실현이 됐다는 점이다. 이른바 '예고홈런'이다.
가장 유명한 '예고홈런'은 베이브 루스에 관련된 일화다. 1931년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3차전. 5회 타석에 들어선 루스는 손을 들어 외야 중앙을 가리켰고, 결국 자신이 가리킨 지점으로 홈런을 날렸다. 전 세계 모든 야구팬에게 알려져 있는 유명한 에피소드. 그러나 루스가 가리킨 것이 단지 투수였다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
안치용의 제스처 역시 팀의 사기를 높히기 위한 일종의 사기고양책일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KIA를 3승1패로 물리치고 올라온 SK는 덕아웃 분위기가 매우 좋은 상황. 때문에 안치용 역시 그런 분위기 속에서 홈런을 치겠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다.
그러나 신기한 건 마찬가지다. 그동안 안치용은 제스처를 통해 홈런을 치겠다고 표시한 적이 없다. 엉뚱한 안치용이 남은 포스트 시즌에서 어떤 제스처를 취할 지 궁금하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