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데이를 뜨겁게 달군 '사인훔치기' 논란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10-15 15:33


롯데와 SK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 앞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미디어데이 행사 내내 답변 공방을 펼친 롯데 강민호과 SK 박정권이 기념촬영을 하기 전 밝게 웃으며 장난을 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1.10.15/

"마치 우리가 사인을 훔치는 것처럼 말하는데, 정말 억울하다."

미디어데이부터 설전이 오갔다. 사인훔치기 논란에 대한 것이다. SK 박정권은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사인훔치기 논란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롯데 강민호가 질문에 답하면서 사인훔치기 이야기를 꺼내자 "마치 우리가 사인을 훔치는 것 처럼 말하는데, 억울하다"고 밝혔다.

박정권은 "물론 SK가 사인을 훔친다는 소문이 있는 것 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굉장히 복잡한 일이다. 괜히 우리 팀이 말려버릴 수도 있는 것"이라며 "타석에 선 타자에게 맡겨놓는 게 편하다. 그런 걸 애초에 하지도 않았는데 왜 하는 것처럼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곧이어 그는 "눈 나쁜 선수들도 많다. 나 역시도 2루에서 포수 미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강하니까 상대 팀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좋게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민호 역시 이에 지지 않았다. 그는 "SK한테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닌데, 뭔가 찔려서 그러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이에 박정권은 "아니 사인훔치는 것에 대해 준비를 했다는데 그럼 삼성을 준비한 것이냐. 우리를 넘어야 한국시리즈로 간다"며 발끈했다.

결국 양팀 사령탑이 나서 현장을 진정시켰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내가 감독에 부임한 뒤 선수들한테 이야기한 부분이다. 프로야구에서는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 사인훔치기 같은 경우는 프로야구 선수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감독도 용납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SK 이만수 감독대행 역시 이에 동조했다. 그는 "원래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 많은 사람들의 시기를 받는 법이다. 또 우리 선수들이 너무 착하다"면서 "그래서 난 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수석코치로 있을 때 그런 행동이 있었다면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곧이어 "그런 불미스러운 일은 없어야 한다. 저질 야구다. 양팀 선수들이 이런 문제로 불상사가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둘은 미디어데이 행사 종료 직전 사진촬영 때 장난스럽게 서로를 툭툭 친 뒤 어색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뒤엔 웃음과 함께 서로의 멱살을 잡는 광경도 보였다. 설전이 오갔지만, 이 역시도 친분이 있기에 가능했던 모습. 뜨거운 플레이오프를 예고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된 미디어데이 현장이었다.


부산=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SK 박정권이 미디어데이 행사가 끝난 뒤 롯데 강민호를 붙잡고 뒤로 향하고 있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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