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뻔뻔했던 최 정 극심한 부진탈출의 원동력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10-12 22:16


SK 최 정이 KIA와 준PO 4차전 3회 두번째 타석에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포스트시즌 13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이던 최정은 첫 안타가 2타점 적시 2루타였다. 타구를 바라보고 있는 최 정.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1.10.12

SK 최 정은 얼굴에 철판을 깐 모양이다. 옆에서 보는 사람에겐 웃기기도 하지만 본인에겐 더없이 유리한 마인드다.

자신의 스윙 메커니즘에 대해선 너무나 진지하다. 조그마한 변화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물론 선천적인 재능을 타고난 타자다. 하지만 그런 철저한 노력을 통해 자신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스윙을 가지게 됐다.

반면 일상에서의 성격은 뻔뻔스럽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12타수 무안타. 안타성 타구가 호수비에 걸리는 등 불운이 겹친 측면도 있지만, 확실히 컨디션이 바닥이었다.

이쯤되면 의기소침할 만도 한데 아랑곳없었다. 그는 "타격은 문제가 아니다. 그냥 수비만 하면 된다"고 얘기했다. 마치 옆동료가 기를 살리기 위해 해주는 격려같다.

3차전이 끝난 뒤 그런 최 정의 태도에 팀동료들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못 치냐"고 면박을 줬다.

그러자 최 정의 반응은 더 가관이었다. "내가 뭘. 어쩌라고, 안 맞는데 어떻게 할까"라고 응수했다. 물론 팀동료들의 면박도 농담이었지만, 최 정 역시 여유롭게 농담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12일 4차전을 앞두고 박재상은 그런 최 정의 태도에 대해 혀를 끌끌차며 "참 대단한 놈인 것 같다"고 했다. 동료들이 어이없어 하자 최 정은 한술 더 떠 '협박'에 들어갔다. "형들. 그럼 수비에 신경 안 쓰고 실책이라도 할까요. 그냥 타구가 오면 뒤로 확 빠뜨려 버릴까." 명백한 '적반하장'이다.


박재상은 "오히려 우리한테 협박을 하더라. 결국 형들이 최 정에게 '제발 그러지 마라. 수비만 잘 부탁한다'고 빌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이없다"고 웃었다.

그라운드 안에서의 진지함, 그리고 결과에 흔들리지 않는 의연함이 돋보인 최 정의 강력한 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대목.

결국 이런 마인드는 약이 됐다. 기나긴 슬럼프를 벗어났다. 3회 1사 1, 2루에서 윤석민의 실투성 직구를 그대로 날렸다. 좌월 2타점 2루타.

사흘만에 등판, 힘겹게 버티던 윤석민의 기를 꺾는 쐐기타. SK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사실상 결정짓는 순도 100%의 2루타였다. 터지기 시작한 그의 방망이에는 행운까지 깃들었다. 5회 무사 2, 3루 상황에서 친 타구가 중견수와 2루수의 사이에 떨어지는 바가지성 안타가 됐다. 3타수 2안타 4타점.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뒤 가진 인터뷰에서도 그는 엉뚱했다. '타격폼이 바뀌지 않았냐'는 질문에 "오늘 내가 가지고 있는 5가지의 타격 기술 중 3번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못말리는 최 정.

이제 최 정의 슬럼프는 완전히 끝났다. SK 타선은 이로써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그의 '뻔뻔한 마인드'가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였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