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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최악이다.
3차전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했다. 12타수 무안타.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1차전 몸쪽 높은 공을 엉겁결에 피하려다 댄 번트가 더블아웃이 됐다. 2차전 2루수와 유격수를 사이를 가르는 완벽한 안타성 타구가 김선빈의 호수비로 잡혔다. 사실 2루 주자를 견제하기 위한 KIA의 수비 시프트가 겹쳐지는 행운도 있었다.
타격 컨디션이 완전치 않다. 시즌 막판 부상공백으로 컨디션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최 정은 SK의 중심타자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3할1푼, 20개의 홈런과 75타점, 15도루까지 기록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뚝심있게 최 정의 3번 자리를 고수한다. "더 잘치는 타자가 없다. 최 정은 살아날 것이다"라고 믿음을 보인다.
그러나 최 정으로선 부진한 가운데 중심타선의 배치가 더욱 부담될 수도 있는 일이다.
복잡한 상황에 대해 최 정은 개의치 않는다. 3차전 직전 그는 해맑은 모습으로 "저한테 지금 중요한 건 타격이 아니에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무조건 하나죠. 제가 1차전부터 말했잖아요. 수비, 또 수비"라고 덧붙였다.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타격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신경을 줄이겠다는 의미. 자신의 몫인 수비에 집중하면서 타격까지 이어지는 선순환효과를 기대하겠다는 생각이 내포돼 있었다. 사실 최 정의 이런 마인드는 최악의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사실 그는 매우 섬세한 성격이다. 자신의 타격폼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때문에 SK 김성근 전 감독은 "야구에 대한 매순간의 태도나 집중력은 SK 타자들 중 최 정이 가장 낫다. 앞으로 계속 발전할 대성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했다.
그에게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혹독하다. 하지만 최 정은 똑바로 가고 있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