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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오승환이 2006년의 오승환을 이겼다.
성적이 말해준다
기본적으로 숫자가 말하고 있다. 데뷔 2년차였던 2006년에 47세이브를 기록했지만 그때 오승환은 3패가 있었다. 당시 방어율은 1.59.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 0.67도 어마어마한 수치다. 2006년의 9이닝 기준 탈삼진은 12.4개, 올해 9이닝 기준 탈삼진은 12개로 비슷했다.
올해 딱 한번의 블론세이브가 5월20일 두산전이었다. 1점차 앞선 상황에서 8회 2사후 등판, 손시헌에게 초구 직구를 던지다 중월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올해 오승환의 피홈런이 2개인데, 나머지 하나는 두산 오재원이 뽑아냈다.
슬라이더 품질 업그레이드
오승환은 2006년에 포심패스트볼 최고구속이 153~154㎞가 나왔다. 이건 올시즌도 마찬가지다. 2년 동안 재활에 많은 시간을 쏟은 끝에 포심패스트볼 구위를 완전히 회복한 것이다. 지도자들은 오승환의 평균 구속이 2006년에 비해 빨라졌다고 평가를 내렸다. 올해 평균 147~148㎞를 기록했는데, 2006년에는 이보다 약간 느렸다.
무엇보다 두번째 구질인 슬라이더가 좋아졌다. "엄밀히 말하면 2006년의 오승환은 변화구를 던질 줄 몰랐다. 슬라이더 역시 흉내만 냈을 뿐 좋은 구위가 아니었다. 올해는 달라졌다. 슬라이더 품질이 좋다." 몇몇 야구인들의 결론이다.
오승환은 전형적인 '투-피치 피처'다. 마무리투수들이 대개 그렇듯 구질이 단순하다. 그런데 2006년에는 사실상 직구 뿐이었다. 올시즌엔 업그레이드된 슬라이더가 승부처에서 주요 구질로 등장했다.
'오승환', 이름에서 위압감이
수도권 구단 모 코치의 설명이다. "2006년의 오승환은 풀타임 마무리로서 첫해였다. 그때 상대 타자들은 오승환을 근본적으로는 만만하게 봤을 것이다. 어~ 어~ 하다가 끌려간 측면이 있었다. 올해는 다르다. 모두가 어떻게든 오승환의 직구를 공략하려고 마음 속으로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런데 못 친다. 2006년에 비해 실질적으로 더 치기 힘들어졌다."
또다른 코치는 "그 옛날 마무리투수 선동열이 불펜에서 몸만 풀면 상대팀 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올해 오승환도 비슷하지 않은가. 그만큼 오승환이란 이름 뒤에 후광이 붙었다. 이제는 오승환이 나오는 타이밍이 되면 상대팀은 '졌다'는 생각을 미리 하고 들어간다. 그게 2006년과 달라진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오승환의 48세이브 신기록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1년 넘게 재활을 해온 투수가 이처럼 완벽하게 컴백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내가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전성기때'라는 표현을 듣는 건 참 싫다"고 했던 오승환의 시즌중 항변이 왜 나왔는 지, 이제는 명확해졌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