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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4경기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치는 2011년 한국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시즌 내내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초반부터 시작된 관중 폭발은 끝까지 이어지며 사상 첫 600만명 돌파의 새 장을 열었고, 초보 류중일 감독이 이끈 삼성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낳았다. 두산과 LG는 예상외로 동반추락했고, 김성근 감독은 2위를 달리던 중 갑작스럽게 감독직에서 물러나 팬들에 충격을 안겼다, 6개월간의 대장정을 키워드로 풀어봤다.
600만
초보 감독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한다. 처음 사령탑을 맡았음에도 초보같지 않은 운영으로 팀을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뤘다. 삼성 류중일 감독과 롯데 양승호 감독이다. 류 감독은 선동열 감독의 사퇴로 깜짝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한 팀을 맡아 부담이 컸지만 적극적인 공격과 막강 불펜으로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6월까지 4위에 6게임 뒤진 6위에 머물러 4강이 힘들 것으로 보였으나 7월부터 승승장구, KIA와 SK를 제치고 창단 첫 정규리그 2위의 쾌거를 이뤘다.
서울의 겨울
인기구단인 잠실 라이벌 두산, LG가 모두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하는 비운을 맛봤다. 두 팀이 함께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5년만이다. 당초 우승후보로 예상되던 두산은 4월까지는 2위를 달렸으나 5월에만 7승17패로 부진하며 6위로 떨어진 이후 다시 올라오지 못했다. 결국 6월 13일 김경문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놓았다. LG는 주키치, 리즈 등 외국인 투수와 혜성처럼 등장한 박현준의 삼각편대를 앞세워 5월까지 1위를 위협하는 2위로 9년만의 4강 꿈을 이루는가 했지만 6월부터 주전들의 줄부상과 불펜 부진으로 결국 다시 한번 눈물을 삼키게 됐다.
스타 탄생
삼성 최형우는 롯데 이대호 독주에 제동을 걸며 기대주에서 확실한 스타로 떠올랐다. 5일 현재 홈런(30개), 타점(116점), 장타율(0.613) 등에서 1위에 올라 3관왕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격이 약하다던 삼성의 타선을 중심에서 이끌었다. KIA 윤석민은 비운의 스타에서 확실히 빛나는 별로 재탄생했다. 베이징올림픽과 WBC 등에서 호투를 하며 국제적인 스타로 공인받았지만 국내에선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다승(17승), 방어율(2.45), 탈삼진(178개)에 승률(0.773)까지 1위에 올라 지난 2006년 류현진(한화) 이후 5년만에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오승환은 '재기스타'다. 2006년 47세이브의 아시아 세이브 신기록을 작성했던 오승환은 지난해엔 팔꿈치 부상으로 4세이브에 그쳤었다. 그러나 올해 되찾은 '돌직구'로 5일 현재 47세이브로 아시아 최고 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웠다. 6일 LG전서 세이브를 따낸다면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야신과 야왕
2위를 달리던 감독이 중도에 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생겼다. SK 김성근 감독이 구단과의 재계약 갈등 끝에 8월17일 시즌 후 사퇴할 뜻을 밝혔고, 다음날 구단은 경질을 발표하면서 다시 야인이 됐다. 올시즌이 계약 마지막해였던 김 감독은 구단에서 재계약을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시즌 중 재계약 협상을 하기도 했으나 협상 내용에 불만을 표출했고, 자진 사퇴를 독단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구단은 전격 경질로 맞서며 이만수 감독대행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렀다.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라는 홍역을 치른 SK는 결국 3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한대화 감독은 2년 연속 꼴찌였던 한화를 별다른 전력 보강없이도 상대팀을 위협하는 '도깨비 팀'으로 만들어 팬들로부터 '야왕'이란 호칭을 부여받기도 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