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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홍성흔의 술회. "내 방식이 틀렸나는 생각도 했었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1-10-05 19:47


5일 만난 롯데 홍성흔의 얼굴은 훨씬 밝았다. "어젠 정신이 없었다. 벤치에서 응원하랴, 5타점을 올리랴. 또 중간중간 라커룸으로 들어가 SK 경기까지 보고 왔었다"라며 목소리 톤을 높였다. "보통때는 늦게 일어나는데 오늘 아침엔 8시반에 일어나서 화리(딸) 유치원에 데려다 줬다. 선생님이 '아버지께서 웬일이세요. 2위 축하드려요'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임)경완이 형과 성환이가 도와줬고, 후배들이 군말없이 따라줘 고맙게 생각한다. 또 선수들이 불평불만 없게끔 리드해주신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에게도 감사드린다. 다들 합심해서 어려움을 헤쳐나갔기 때문에 이런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는 홍성흔은 양승호 감독과 함께 롯데에서 올시즌 가장 속앓이를 많이 한 사람으로 꼽힌다.

홍성흔은 올시즌 2009년 이적후 3년만에 주장 완장을 찬데다 처음으로 외야수로 뛰었다. 팀을 이끄는 맏형 노릇에다 중심타자, 외야수 등 지난해보다 더 큰 짐을 어깨에 짊어졌었다. 초반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이 바닥을 치며 맘고생이 심했다.

"사실 6월에 주장을 그만둘 생각을 했었다"고 했다. "계속 성적이 좋지 않아 혼자 '내 방식이 틀린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성환이한테 다시 주장을 맡으면 안되겠냐고 물어봤다"는 홍성흔은 "성환이가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계속 가라'고 용기를 줬다"고 했다.


2위를 확정한 뒤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롯데 선수단. 부산=전준엽 기자
홍성흔은 선수단의 위계질서를 확실하게 따졌다. 야구가 아닌 생활적인 측면에서 예의를 갖추지 못하거나 모난 행동을 하면 가차없이 후배를 나무랐다. "야구 좀 잘한다고 선배를 무시하면 팀이 제대로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성적이 안오르니까 내가 선수들을 주눅들게 해서 야구가 안되는 것은 아닌가 싶더라. 그런데 조금씩 선수들이 알아서 행동을 잘하고 팀도 안정되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을 수 있었다"고 했다.

6월에 함께 맘고생을 한 양 감독을 위로하기도 했다고. "나도 죽겠는데 감독님이 '나 올스타전까지만 감독하게 해주라'라고 말씀하셔서 내가 '감독님, 점쟁이가 그러는데 6월 이후부터 저도 잘치고 팀도 잘된다고 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실제 7월부터 상승곡선을 타 2위까지 했으니 점쟁이의 예언이 맞았다. 취재진이 용하다며 그 점쟁이가 누구냐고 묻자 "내 마음속 점쟁이였다"라고 했다. 즉 양 감독을 위로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 "그때는 그런 긍정적인 생각으로 헤쳐갈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홍성흔은 다시 예언했다. "이제 우리도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다. 3년 연속 했으면 많이 한 것 아닌가"라며 "이제 4수인데 합격할 때도 됐다"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홍성흔은 올해가 포스트시즌 10번째 출전이다. 롯데 선수중 가장 많은 포스트시즌 경험을 쌓았다. 강영식과 함께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선수다. "플레이오프에서 선수들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할지 생각한 부분이 있다"며 벌써 플레이오프 모드로 들어섰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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