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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동, 그것이 내겐 바로 야구."
넥센의 용병 투수 브랜든 나이트는 2일 목동 한화전에서 꼭 30경기째 선발 등판을 채우며 시즌을 마쳤다.
넥센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채웠으며, 8개 구단 전체 투수진에서 3일 현재 5번째로 많은 172⅓이닝을 소화했다. 팀에서 2번째로 많은 출전 경기수를 소화한 문성현이 125이닝을 던졌으니 비교 불가능할 정도다.
물론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다. 7승15패에 방어율은 4.70으로 용병치고는 초라했다. 심지어 패전수는 전체 투수 가운데 가장 많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르다. 나이트는 2일 한화전을 포함해 30경기서 절반에 가까운 14경기서 퀄리티 스타트(6이닝동안 3점 이하의 자책점)를 기록했다. "타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다른 팀이라면 충분히 두자릿수 승리는 가능한 투수"라는 김 감독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닌 셈이다.
사실 넥센처럼 일찌감치 포스트시즌이 좌절된 팀의 경우 용병은 시즌 막판 로테이션을 대충 건너뛰거나 조기 귀국하는 경우가 많다. 넥센 구단에서도 그동안 단 한번도 '결석'을 하지 않은데다, 세달전 한국에 왔던 가족들의 비자 기간이 만료되는 지난달 말 나이트에게 고향 미국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트는 굳이 2일 마지막 경기에 나서겠다며 도리질을 했다. 7승에서 1승 더 보태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지만 로테이션을 빼먹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어쩔 수 없이 구단측에선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 가족들의 3일짜리 임시 연장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다.
아직 구단측에선 나이트의 내년 재계약에 대한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75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한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무릎 수술을 받았음에도 큰 무리없이 한 시즌을 소화한 몸 상태에 대해서도 합격점을 줬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일본야구, 독립리그 등을 두루 거쳐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전 선발로 나서며 이름을 알리기도 했던 나이트는 시즌 초 인터뷰에서 "야구는 내게 '아름다운 노동'이다. 몸 건강히 한 시즌 무사히 마치는 것이 목표다. 무엇보다 계속 마운드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너무 기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만약 넥센에서 재계약을 포기하더라도 나이트의 도전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느 무대이든 가릴 것 없이 야구 마운드에 서는 것 자체를 너무 사랑하는 아름다운 용병 나이트는 3일 가족들과 함께 고향 미국으로 돌아갔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