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최형우의 공통과제, '촌티를 깨라'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10-03 11:17 | 최종수정 2011-10-03 11:17


삼성 최형우와 롯데는 이 가을, 공히 '촌스러움 탈피'라는 목표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 7월 잠실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때 최형우와 롯데 강민호가 어깨 동무를 하며 친근감을 과시하고 있는 모습. 스포츠조선 DB

롯데와 삼성 최형우의 공통 과제가 남았다. '촌스러움 극복'. 궁극적으로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한 덕목이다.

롯데는 어지간하면 정규시즌 2위를 확정해 플레이오프로 직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생애 첫 홈런왕이 유력한 최형우는 29홈런을 기록중인데 스스로 "30개를 꼭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전혀 관계 없을 것 같은 롯데와 최형우는 실은 촌스러움을 극복해야 더 나은 결과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롯데의 알껍데기 깨기

TV 인기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에 역설적 소재로 등장하는 촌스러움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한 번도 못해본 목표'를 앞두고 스스로 부담을 느껴 주저앉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누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는 게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으로선 가장 괴로울까. 의외로 SK가 까다로울 수 있다는 견해가 꽤 있다. SK 선수들은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KIA는 시즌 중반처럼 강력한 선발진이 제 위치를 찾는다면 언제든 위협적인 팀이 될 수 있다. 특히 단기전에서 그렇다. 롯데는 타선이 상대 투수진에게 강한 위협을 주는 케이스다. 그에 비하면 SK는 투타에서 힘이 많이 떨어져있는 상태다.

그러나 SK는 최근 4년간 매번 한국시리즈를 치렀고, 3차례나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좋은 '고기'의 참맛을 누구보다 잘 안다. 좋은 성적이 어떤 달콤함으로 이어지는 지를 기억하고 있다. 단기전에서 선수들이 알아서 제몫을 해줄 가능성이 높다.

이와 대비될 수 있는 팀이 롯데다. '8-8-8-8-5-7-7'이란 치욕적인 순위표를 받은 뒤 2008년부터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신바람을 냈다. 하지만 늘 다음 스테이지로 올라서지 못했다. 첫해에는 삼성에게 3연패했다. 두번째엔 1승후 3연패, 세번째엔 2승후 3연패로 늘 첫판에 두산 상대로 좌절했다.


바로 이걸 '촌스러움'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롯데의 한국시리즈 경험은 99년이 마지막이었다. 포스트시즌 경험은 2000년이 끝이었다. 너무 오랜 기간을 하위권에 머물면서, 롯데의 DNA는 단기전 승부에 대한 기억을 잊고 말았다.

이걸 되돌리려면 촌스러움을 탈피, 알을 깨고 튀어나오는 계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시즌은 롯데에게 매우 중요한 한판이 될 것이다. 당구로 치면, 250~300점 치던 선수가 400~500점 고수로 올라설 수 있느냐의 문제다.

최형우의 아홉수. 그리고 알껍데기 깨기

홈런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최형우는 '아홉수'에 걸려있다. 지난달 18일 목동 넥센전에서 29호째를 친 뒤 11경기에서 대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지난 주말 SK와의 원정경기를 치르던 최형우와 이 문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아홉수인가, 진짜 홈런왕이 되려면 아홉수를 깨야하지 않겠는가"라고 질문했다. 최형우는 "사실 그게 맞다. 지금도 상상한다. 끝까지 하나도 못 치고 역전 당해서 홈런왕 타이틀을 내주는 상황을 말이다. 그러면 진짜 암울하다. 어차피 시리즈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남은 경기에선 타격폼이 조금 흐트러지더라도 무조건 홈런 스윙을 하겠다. 홈런 30개를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아홉수에 걸린 동안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최형우는 "그게 나도 참 희한했다. 이전에는 일정 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자연스럽게 스윙해서 팔로스로가 됐다. 홈런이 나왔다. 못 치는 동안에는 같은 코스로 공이 와도 홈런 칠 때처럼 스윙이 안 됐다. 뭐랄까, 배트 끝이 살짝 돌아가면서 말린다고 해야할까. 타점은 꾸준히 기록했지만 그게 또 영향을 미쳤는지 자꾸 가벼운 안타를 치는 폼이 돼버리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방출 경력을 가진 선수의 첫 홈런왕 케이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최형우는 이전까지 단 한번도 굵직한 타이틀을 놓고 근접전을 펼친 적이 없다. 올해가 처음이다.

"마음은 아닌데 몸은 여전히 '촌스러운 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타이틀이 눈앞에 있고, 30개란 기준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홈런이 어려운 게 아닐까"라고 질문했다.

최형우는 "촌스러움이 맞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못 칠 가능성만 의식하며 위축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더 치고 싶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며칠 남지 않은 정규시즌 동안 최형우가 고비를 넘긴다면, 내년에는 훨씬 높은 목표를 상정할 수 있는 타자로 거듭날 것이다. 알껍데기를 깨는 순간, 한계 영역도 넓어질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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