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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규현과 김민성의 배트 쟁탈전, 승자는?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08-28 18:15



결국 치열했던 공방의 승자는 문규현이었다.

28일 넥센과 롯데의 경기가 열린 목동구장. 경기 전 롯데의 1루측 덕아웃에 넥센 김민성이 찾아왔다. 그러더니 그라운드에서 배팅훈련 중이던 롯데 문규현을 향해 알 수 없는 손짓으로 사인을 보냈다. 문규현은 이에 깜짝 놀라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배트케이스의 지퍼를 잠궈버렸다. 두 사람의 30분이 넘는 배트 쟁탈전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김민성이 롯데 덕아웃을 찾은 이유는 평소 절친한 선배인 문규현의 배트를 얻기 위해서였다. 본인은 "정말 방망이가 없다"고 했지만 최근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는 문규현의 기를 받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문제는 김민성이 원하는 방망이가 문규현이 최근 경기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망이였던 것. 문규현은 "지난 6월 이용규(KIA)에게 방망이 두 자루를 받았는데 그 이후 안타가 터져나왔다. 글러브에 길을 들이 듯, 이 배트에도 안타 길을 확실히 들여놨기 때문에 절대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김민성은 "두 자루는 필요 없지 않나. 지금 치는 것 말고 나머지 한 자루를 달라"고 주장했다. 문규현은 "경기 하다가 부러지면 어떡하나. 예비용으로 꼭 갖고 있어야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맞섰고 김민성은 물러나지 않고 "오늘 경기만 빌려달라. 끝나고 반납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김민성은 식사도 거른 채 30분이 넘게 문규현의 주위를 서성였다. 평소 착하기로 소문난 문규현도 신경이 쓰였는지 다른 방망이들을 보여주며 "이건 안되겠느냐"고 물었지만 김민성의 대답은 "그 방망이가 필요하다"였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문규현. 하지만 김민성은 결국 방망이를 얻지 못하고 돌아갔다. 후배를 아끼는 마음보다 안타를 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던 문규현이었다.


목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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