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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한상훈의 비공인 배트 해프닝의 전말이 밝혀졌다.
타격을 시작하기 전이라 별 문제없이 배트를 교체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여기에 흥미로운 숨은 사연이 있었다.
문제의 배트는 'American's Bat'라는 미국업체에서 만든 제품이었다. 보통 국내 선수들이 쓰는 'MAX', 'ZETT' 제품과 달리 동그라미안에 'K'이니셜이 들어간 KBO 공인 마크가 새겨져 있지 않았다.
한상훈은 가르시아의 성의를 생각해 미처 인증마크를 생각지 못한 채 무심코 이 배트를 들고 나왔다가 해프닝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비공인 배트가 들통난 과정도 우스꽝스럽다. LG 포수 심광호가 '일등공신'이었다. 심광호가 한상훈의 배트를 보고 구심에게 곧바로 어필을 했다. 심광호도 과거에 같은 종류의 배트를 사용해 본 적이 있어서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공인 배트가 들통나고 난 뒤 한상훈은 한화에서 함께 몸담았던 선배 심광호를 원망했다는 후문이다. "왜 심판에게 일러바쳤냐"는 애교섞인 투정이었다.
한대화 감독은 "지(한상훈)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놓고 괜한 사람 고자질했다고 투덜대더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결국 이 배트는 한 감독의 지시에 따라 가르시아의 사인을 받아 감독실 전시용으로 처분됐다. 한상훈은 배트 교체로 심리전에 말렸기 때문일까. 27일 LG전에서 무안타에 그쳤다.
이 사실에 약이 오른 한 감독은 28일 LG전에 앞서 심광호가 나타나자 버럭 한마디했다. "야, 이 녀석아. 넌 그걸 심판한테 일러바치냐? 치사하게…." 그러자 심광호가 응수했다. "제가 상훈이 한테 좋은 배트 하나 선물할게요." 한상훈의 비공인 배트 해프닝은 이렇게 일단락 됐다.
한편, 비공인 배트로 친 안타는 어떻게 기록될까. 심판진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서로 모른 채 경기가 진행돼 안타가 나온 뒤 상대팀에서 이를 지적할 경우 안타 기록은 일단 인정된다고 한다. 공인만 받지 못했다 뿐이지 부정 배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경우 부정 배트 여부는 추후에 가리게 된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