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프로세계 일깨워준 박병호-송신영대결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1-08-24 09:39 | 최종수정 2011-08-24 09:39


23일 경기서 넥센이 4회 동점을 만들자 박병호(왼쪽)와 심수창이 손을 맞대며 즐거워 하고 있다.
잠실=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사실 이런 만남은 프로이기에 가능하다. 어제의 적이 동지가 되고, 동지가 적이 되는 승부의 세계. 팬들도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 하지만 역시 승부처에서는 지금의 선수에게 기운다.

23일 잠실구장. LG와 넥센이 만났다. 이날 경기는 2대2 맞트레이드 후 첫 대결이었기에 흥미를 끌었다. LG에서는 심수창과 박병호가, 넥센에서는 김성현과 송신영이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일단 선발대결은 불가능했다. 넥센 심수창과 LG 김성현은 나란히 지난 21일 등판했다. 일정상 26일은 돼야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박병호와 송신영의 대결. 송신영이 마무리이기에 경기 후반이면 볼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전 선수들은 가급적 말을 아낀다. 트레이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친정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 박병호는 "홈런을 쳐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며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똑같다고 생각하고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 경기전 타격훈련때는 일부 LG팬이 "박병호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박병호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

하지만 역시 승부는 승부였다. LG팬들은 박병호가 타석에 서자 "3구 삼진"을 외쳤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의식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역시 그것도 힘든 듯 보였다. 박병호는 평소보다 부담스러워 보였다. 성적에서 나타났다. 삼진 3개,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송신영과 박병호의 대결은 연장 10회초에 드디어 이뤄졌다. 박병호는 작심한 듯 방망이를 돌렸다. 하지만 결과는 삼진. 방망이를 한번 던져잡으며 무척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경기 후 박병호는 "큰 것을 노렸는데 삼진이 돼 아쉬움이 컸다"며 웃었다.

그렇다고 송신영이 웃은 것도 아니다. 1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결과적으로 성적으로는 누구도 웃을 수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넥센이 6대5로 이겼다.

경기전에는 트레이드 당사자들이 '어제의 동지'들을 만나 모처럼 환담을 나눴다. 농담을 주고받으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 프로는 프로였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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