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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자들은 '무대체질' 인걸까? 유독 관중이 많은 대형 구장에서 힘을 더 썼다.
잠실구장에서도 강했다. 펜스가 가장 긴 장소임에도 홈런을 꽤 많이 날렸다. 15경기에서 9홈런으로 한화(10홈런)에 이어 원정팀 중 두번째다. 한화는 잠실에서 KIA보다 3경기를 더 치렀다. KIA의 잠실 타율도 2할9푼7리로 높다.
또 다른 '3만 구장'(대형구장이란 상징적 의미일 뿐 최근 관중석 축소 공사로 실제 3만 관중석을 넘는 구장은 없다)인 문학구장을 보자. 팀 타율은 2할2푼2리로 낮았지만 홈런은 어김 없이 많이 때려냈다. 9경기에서 7개의 아치를 그려 원정팀 가운데 1위다. 나란히 6홈런씩 기록한 삼성(7경기)이나 두산(6경기)에 비해 경기를 많이 한 덕분임을 감안해도 적지 않은 수치다. 문학구장에서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홈런을 기록한 넥센도 있으니 말이다.
조범현 감독은 "사직구장의 많은 관중들 앞에서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1만여명으로 수용공간에 한계가 있는 광주구장의 함성과 3만에 가까운 잠실, 문학, 사직 구장의 울림은 큰 차이다.
홈 그라운드를 방불케하는 잠실과 문학구장의 열렬 응원 분위기도 선수에 따라 집중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비록 원정팀이지만 KIA는 두 구장에서 홈팀 못지 않은 관중 동원력이 있다.
잠실과 문학구장에서 유독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이종범은 "상대팀과의 상대성이라기 보다는 관중이 많이 오셔서 응원을 해주시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라며 분위기 차이가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광주구장과의 체감도 큰 차이다. 광주구장은 8개구단 홈구장 중 홈런이 잘 안 터지는 장소 중 하나다. 올시즌 46경기에서 총 59개의 홈런에 그쳤다. 경기수가 조금씩 다르지만 잠실(104홈런-2팀이 홈으로 쓰는 걸 감안해 절반으로 계산), 목동(56홈런) 다음으로 적은 수치다. 좌-우 각각 97m, 중앙 118m에 펜스 높이가 3m로 만만치 않다. 게다가 전광판 아래로 높다란 그린몬스터가 세워져 있다. 선수들의 체감은 잠실구장 못지 않다. 문학구장에서 만났던 김원섭은 "광주에서는 홈런치기 어렵다. 여기(문학)하고 비교할 수 없다"며 광주구장의 홈런 가뭄에 대한 느낌을 설명했다.
작은 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 선수들이 잠실구장 타석에 설 때 느끼는 위축 효과. KIA 타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