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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리즈, 체인지업을 버려라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08-21 12:59 | 최종수정 2011-08-21 12:59


20일 대구구장에서 프로야구 LG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1회에 2실점 한 후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한 LG 선발 리즈가 6회 이닝을 마치고 내려오며 조인성을 향해 웃고 있다.
2011.8.20.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올시즌 최다 탈삼진. 비결은 리즈의 태도에 있었다.

LG 리즈는 20일 대구 삼성전에서 6⅓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팀을 연패에서 탈출시킨 것은 물론, 본인이 기록하고 있던 5연패마저 끊어냈다. 또한 국내무대 데뷔 후 최다인 11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강속구 투수의 위력을 맘껏 선보였다.

사실 리즈는 1회 피안타율이 3할7리에 이를 정도로 1회에 약하다. 이날 역시 1회에 2실점하며 주춤했다. 선두타자 김상수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3번 박석민에게는 투런포를 맞았다. 하지만 2회부터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2회 야수 실책으로 주자가 2루까지 나간 상황에서도 배영섭과 박한이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막아낸 뒤 5회까지 매이닝 2개씩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무엇이 리즈의 변화를 이끌어냈을까. 1회 실점의 빌미가 된 공은 바로 체인지업이었다. 평균 구속 140㎞의 체인지업은 김상수와 박석민의 배트에 정확히 맞아나갔다. 느린 직구 수준의 공은 타이밍을 맞추기 쉬워보였다. 이날 경기 해설을 맡았던 양상문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삼성 타자들 입장에서는 빠른 공보다는 체인지업이 적응하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스피드가 아니라 떨어지는 각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체인지업의 장점은 스피드의 변화도 있지만, 공에 브레이킹이 걸리면서 아래로 떨어지는데 있다. 타자에게 직구 타이밍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땅볼이나 플라이볼을 유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양 위원은 "리즈의 체인지업은 구속 변화만 있지, 떨어지는 각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몸쪽으로 흘러나가더라. 타자 입장에서는 치기 좋은 공이 된다"면서 "구속 변화만 있고 떨어지지 않는다면, 타자의 배트가 공을 이겨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도 안 된다는 것을 느껴서일까. 리즈는 1회를 마친 뒤 포수 조인성과 상의해 볼배합을 완전히 바꿨다. 이후 체인지업은 볼 수 없었고, 변화구로는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낙차 큰 슬러브만을 던졌다. 150㎞가 넘는 직구로 카운트를 잡은 뒤 슬라이더와 슬러브로 삼진을 돌려세웠다. 삼성 타자들은 높은 곳으로 날아오다 스트라이크존 중심으로 떨어지는 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고, 치기 좋은 높이로 들어오다 원바운드성으로 뚝 떨어지는 공에는 헛스윙을 연발했다.

사실 리즈는 여타 용병들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마운드에서 쉽게 흥분하지도 않고, 공이 좋지 않으면 차분히 밸런스를 잡으려 애쓴다. 또한 많은 용병들이 한국프로야구를 한단계 아래로 보고,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귀기울이지 않는 것과는 달리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고교 때 처음 야구를 시작해서인지 최계훈 투수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지도에 따라 계속해서 투구폼을 수정해왔고, 변화구 패턴도 바꿔왔다.


이러한 태도는 분명 긍정적이다. 이날 역시 고집이 아닌 적극적인 '수용'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리즈가 체인지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또한번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0일 대구구장에서 프로야구 LG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6회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치고 내려온 LG 선발 리즈가 조인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1.8.20.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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