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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리즈는 1회 피안타율이 3할7리에 이를 정도로 1회에 약하다. 이날 역시 1회에 2실점하며 주춤했다. 선두타자 김상수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3번 박석민에게는 투런포를 맞았다. 하지만 2회부터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2회 야수 실책으로 주자가 2루까지 나간 상황에서도 배영섭과 박한이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막아낸 뒤 5회까지 매이닝 2개씩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무엇이 리즈의 변화를 이끌어냈을까. 1회 실점의 빌미가 된 공은 바로 체인지업이었다. 평균 구속 140㎞의 체인지업은 김상수와 박석민의 배트에 정확히 맞아나갔다. 느린 직구 수준의 공은 타이밍을 맞추기 쉬워보였다. 이날 경기 해설을 맡았던 양상문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삼성 타자들 입장에서는 빠른 공보다는 체인지업이 적응하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스피드가 아니라 떨어지는 각이었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안 된다는 것을 느껴서일까. 리즈는 1회를 마친 뒤 포수 조인성과 상의해 볼배합을 완전히 바꿨다. 이후 체인지업은 볼 수 없었고, 변화구로는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낙차 큰 슬러브만을 던졌다. 150㎞가 넘는 직구로 카운트를 잡은 뒤 슬라이더와 슬러브로 삼진을 돌려세웠다. 삼성 타자들은 높은 곳으로 날아오다 스트라이크존 중심으로 떨어지는 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고, 치기 좋은 높이로 들어오다 원바운드성으로 뚝 떨어지는 공에는 헛스윙을 연발했다.
사실 리즈는 여타 용병들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마운드에서 쉽게 흥분하지도 않고, 공이 좋지 않으면 차분히 밸런스를 잡으려 애쓴다. 또한 많은 용병들이 한국프로야구를 한단계 아래로 보고,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귀기울이지 않는 것과는 달리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고교 때 처음 야구를 시작해서인지 최계훈 투수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지도에 따라 계속해서 투구폼을 수정해왔고, 변화구 패턴도 바꿔왔다.
이러한 태도는 분명 긍정적이다. 이날 역시 고집이 아닌 적극적인 '수용'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리즈가 체인지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또한번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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