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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만수 감독대행의 첫번째 선택은 '휴식'이었다. 선수단이 패닉 상황에 놓인 만큼 평상시처럼 운영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전에서 2군 경기를 치르고 있던 이 감독대행은 이날 신영철 사장의 통보를 받은 뒤 경기를 마치고 택시편으로 부랴부랴 인천 문학구장에 도착했다. 잠시 선수단을 만난 이만수 대행은 일단 훈련량을 줄이고 쉴 것을 주문했다.
이 대행은 "모든 상황이 어렵다. 그간 김성근 감독님의 업적이 컸는데, 그 뒤를 잇는다는 게 부담이 많이 된다. 스스로 '김성근 감독님 만큼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김성근 감독님이 해오셨던 것 중에서 좋았던 부분을 모두 기록했다. 그걸 참조하고, 선수들을 추스려서 하나로 뭉치는 게 관건이다. 당분간 경기가 쉽지 않겠지만 잘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 SK는 명문 구단이다. 구단, 선수, 팬, 언론이 하나로 뭉칠 때 미국의 양키스, 컵스, 보스턴 같은 팀처럼 성적과 관계없는 최고의 명문팀이 될 수 있다. 600만 관중이 아니라 1000만, 2000만 관중이 될 수 있도록 SK가 앞장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전구장에서 연락을 받았을 때 상당히 당황스러웠다는 심경도 밝혔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경기가 4회말쯤 진행될 때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만수 대행은 "대전에서 택시를 타고 올라오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했다. 이만수 대행은 "그간 2군 감독을 하면서 내 스타일대로 조금씩 바꿔온 게 있다. 휴식을 주고 나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베스트를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 같은 경우는 선수들이 모두 다운돼있고, 패닉에 빠져있다. 그런 상태에서 훈련하는 게 효과가 없기 때문에 차라리 쉬라고 한 것이다. 빨리 수습해서 이전의 SK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행은 기존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과 선을 긋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다. "김 감독님의 좋은 점을 유지하면서 보완하겠다. 시즌을 마치고 나서 여유가 생기면 그때 본격적으로 내가 꿈꾸는 야구로 이끌어가겠다"고 했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즐겁게 하자고 했다. 장난치고 웃는 게 아니라, 게임을 즐기고 승리를 즐기자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내년 이후에 대한 언질은 없었다고 일단 밝혔다. 이 대행은 "감독대행을 맡는다는 얘기만 듣고 열심히 올라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올연말 이만수 감독대행이 대행을 떼는 것 같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이만수 대행은 최근 며칠간 김성근 감독과 전화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분위기 파악을 해야 해서"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인천=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