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응용 전 사장 "김성근 만한 인물이 있나"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8-18 11:46 | 최종수정 2011-08-18 11:46


김응용 전 사장은 "김성근만한 인물이 없다"고 했다. 그 역시 김성근 감독의 자진사퇴 소식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2002년 삼성과 LG 사령탑으로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했을 때의 모습이다. 스포츠조선 DB

김응용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SK 김성근 감독이 시즌 종료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야구의 신'이 선택한 다음 착점은 프로야구 전체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큼 쇼킹했다.

동년배 야구인이자, 김성근 감독에게 '야구의 신'이란 닉네임을 안겨준 인물이 바로 김응용 전 사장이다.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김응용 전 사장과 18일 오전 연락이 닿았다.

그만한 인물 없다

2002년 삼성은 LG를 꺾고 창단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감독 김응용'과 '감독 김성근'이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6차전에서 마지막 1승을 거둔 뒤 김응용 전 감독은 격앙된 목소리로 "야구의 신과 싸워 이겼다"고 했다. 한국시리즈 개인통산 10번째 우승을 일궈낸 김 전 사장은 그 한마디를 통해 적장에게 최고의 선물을 했다.

김 전 사장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한 내용을 모르니 쉽게 얘기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감독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어제(17일) 소식을 듣고 '아, 구단에서 재계약에 관한 언질을 주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SK와는 결별하게 된 김성근 감독이다. 김응용 전 사장은 "김성근 만한 인물이 있나. 감독중에 야구 가장 잘 하지 않나. 그 정도 인물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결국엔 김성근 감독을 원하는 다른 팀이 나올 것이라는 의미다.

재계약 언질, 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의 예고 사퇴 소식을 들은 직후 어떤 느낌이었는가를 질문했다. 김응용 전 사장은 "내가 김성근 감독의 속마음을 알 수가 있나. 하지만 '이거, 구단에서 감독에게 확답을 안 줬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김 전 사장은 "그동안엔 밝히지 않았는데 나같은 경우는 항상 (감독 시절) 이때쯤이면 구단으로부터 다음 재계약에 대한 언질을 받았다"고 말했다. 삼성에선 취임할 때부터 5년짜리 계약이었으니, '언질을 받곤 했다'는 건 해태 시절의 얘기일 것이다.

김성근 감독과 SK 구단의 갈등은 5명의 일본인코치를 쓰는 문제, 전지훈련 일수 등이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응용 전 사장은 "코치를 많이 쓰는건 다 이기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니겠나. 이제까지 그렇게 왔는데 김성근 감독이 더 늘려달라고 한 건 아니겠지. 구단에서 줄이라고 얘기를 해서 문제가 됐을거야"라고 말했다.

고수와 고수

사실 김응용 전 사장은 현역 감독 시절 김성근 감독과 대척점에 서있는 관계로 여겨지곤 했다. 실제 두 감독은 서로를 향해 날선 코멘트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 야구계의 '고수'란 점에서 닮았다. 감독이 어떤 직업이며 왜 힘든지, 팀을 만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를 가장 잘 알기에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는 관계였다.

김응용 전 사장 역시 해태 시절에는 무려 아홉차례의 우승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 고생했다. 원정 숙소에서 선수들의 한밤중 이탈을 막기 위해 배트 들고 호텔 로비에 앉아있었다는 일화는, 지금도 선수들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펑고를 쳐주는 김성근 감독의 모습과 결코 다르지 않다.

김응용 전 사장은 "김성근 감독이니까, 뭔가 (다음 거취에 대한) 수가 있는 거 아닌가?" 하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그 양반은 야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