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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걸-엄정욱, 위기가 그들을 불렀다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1-08-14 14:35 | 최종수정 2011-08-14 14:35


9일 LG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김희걸. 광주=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08,09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역사는 그렇게 말했다. 야구판도 그런 말을 한다.

KIA는 힘겨운 선두싸움 중이다. 주전부상이 심각하다. 외국인투수 로페즈와 트레비스가 다쳤다. 김상현 이범호 김선빈 등 주전 야수들도 자리를 비웠다. 어떻게 선두싸움을 할까 싶다.

이 위기에서 떠오른 만년 기대주, 김희걸이다. 2001년 데뷔한 올해 30세의 중고참이다.

말그대로 '땜빵' 선발이다. 그런데 활약상이 눈부시다. 지난 두경기에서 선발등판, 2승을 챙겼다. 4일 두산전 5이닝 무실점, 9일 LG전에서도 역시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특히 두산전 승리는 2007년 7월12일 삼성전 이후 4년여만의 선발승이었다.

분명 달라진 게 있다. 제구력이다. 하체밸런스가 좋아지면서, 컨트롤이 안정됐다. 그동안 풀지 못했던 숙제였다. 김희걸은 "하체로 공을 던지는 의미를 이제야 알겠다. 어려운 팀에 보탬이 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SK에는 엄정욱이 있다. '광속구'의 대명사였다. 2003년 시속 158㎞까지 뿌렸다. 하지만 변했다. 스피드는 조금 떨어졌고, 제구력이 잡혔다. 포크볼도 위력적이다.

그 결과가 2연속 선발승이다. 6일 KIA전에서 6이닝 무실점, 13일 넥세전 5⅓이닝 3실점 승리를 거뒀다. KIA전은 작년 4월11일 이후 482일만의 선발승이었다. 에이스 김광현이 빠진 SK로서는 천군만마같은 활약이다.


여기에 안치용도 있다. 주전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하는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후반기들어 타율 4할9리, 7홈런, 15타점을 올렸다. 김성근 감독은 "후반기 상승세의 원동력"이라고까지 한다. 듣기 힘든 칭찬이다.

에이스 중의 에이스, 류현진이 빠진 한화에도 버팀목이 있다. 35세의 베테랑 박정진이다. 한 때 퇴출 명단에 올랐던 위기의 남자다. 지금은 불펜의 구세주다.

지난달 21일 KIA전부터 6경기 무실점 행진중이다. 6일 LG전에서는 3⅓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까지 됐다. 류현진이 빠지면서 부담이 커진 불펜을 굳건히 지키는 중이다. 올시즌 성적은 4승3패5세이브 9홀드, 방어율 3.12다.

위기는, 그 누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기회를 어떻게 잡느냐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이 그래서 새삼 떠오른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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