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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자 3인방, '난세의 준걸'을 만들었다.
올 시즌 KIA 같은 팀도 드물다. 주전 선수들 다수가 연이은 부상 도미노로 빠졌음에도 이처럼 연패를 겪지 않으며 리그 선두권을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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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철공고를 졸업하고 2001년 SK에 2차 1지명으로 입단할 때만해도 김희걸은 매우 큰 잠재력을 지닌 미래의 주전 선발감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그 대단한 잠재력은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SK에서 2004년까지 4년간 거둔 승수는 겨우 7승(7패). 결국 그해 말 SK는 김희걸을 KIA로 보내고, 박재홍을 받았다. KIA 역시 우완투수 김희걸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김희걸은 KIA에서도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무 시절(2008~2009)을 제외하고 2005시즌부터 2010시즌까지 4년간 김희걸은 6승(11패) 1세이브 6홀드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초 이강철 투수코치가 김희걸의 미개발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강철 코치는 김희걸에게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하체를 이용한 투구 방법과 밸런스 유지법을 집중 지도했다. 김희걸은 "하체를 이용한 투구법을 알게 되니 공에 더 힘이 붙었다"고 말한다. '제1조력자' 이강철 코치가 '평범했던' 김희걸을 '준걸'의 면모로 가다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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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년생 동년배들인 포수 차일목과 3루수 이범호 역시 김희걸의 숨은 조력자들이다. 같은 81년생이라고는 해도 차일목은 1월생이라 실상 김희걸의 1년 선배뻘이다. 그래서 때로는 친구처럼, 또 때로는 형처럼 김희걸을 감싸안았다. 특히 오랫동안 김희걸의 공을 받아오면서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장점을 극대화하는 볼배합으로 김희걸의 기를 살려주고 있다.
차일목은 "희걸이가 여러가지 공을 던질 줄 알지만, 경쟁력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더 경쟁력 있는 구질을 더 많이 던지도록 사인을 내고 있다"면서 "하지만, 내가 아무리 좋은 코스로 사인을 낸다고 해도 역시 투수의 공 자체에 힘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런데 김희걸의 공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지고, 자신감도 많아졌다. 그게 좋은 성적의 비결"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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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범호가 한 마디 말로 김희걸의 마음을 풀어줬다. "희걸아, 우리를 믿어라. 너만 믿어준다면, 나도 유격수 자신있다". 투수는 등 뒤의 동료를 믿을 때 눈 앞의 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 결국 이같은 이범호의 말 덕분에 김희걸은 1484일 만에 선발승을 따내고, 계속 호투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