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의 준걸' KIA 김희걸 호투 뒤에는 조력자 3인방 있었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08-12 11:37


KIA 우완 선발투수 김희걸이 '난세의 준걸'로 주목받고 있다. 8월들어 선발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면서 방어율은 '0'다. 이같은 김희걸의 깜짝 활약에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지난 9일 광주 LG전에서 선발 등판해 포수 차일목과 사인을 주고받는 김희걸. 광주=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조력자 3인방, '난세의 준걸'을 만들었다.

올 시즌 KIA 같은 팀도 드물다. 주전 선수들 다수가 연이은 부상 도미노로 빠졌음에도 이처럼 연패를 겪지 않으며 리그 선두권을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비결은 역시 백업 선수들의 분전 덕분이다. 특히 후반기 선발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난세의 준걸' 김희걸(30)의 활약은 '눈 부시다'고 표현할 수 있다. 8월 들어 2번의 선발 기회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고, 10이닝 동안 8안타만 내주며 방어율은 0이다. 그런데 이런 맹활약의 이면에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김희걸의 '조력자 No.1'은 이강철 투수코치다. 이강철 코치가 투구 시 하체 이용법을 집중 지도한 덕분에 김희걸의 구위가 상승했다. 사진은 지난 29일 광주구장에서 김진우의 투구폼을 교정하는 이강철 코치. 광주=조병관 기자
"넌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2001년 SK에 2차 1지명으로 입단할 때만해도 김희걸은 매우 큰 잠재력을 지닌 미래의 주전 선발감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그 대단한 잠재력은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SK에서 2004년까지 4년간 거둔 승수는 겨우 7승(7패). 결국 그해 말 SK는 김희걸을 KIA로 보내고, 박재홍을 받았다. KIA 역시 우완투수 김희걸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김희걸은 KIA에서도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무 시절(2008~2009)을 제외하고 2005시즌부터 2010시즌까지 4년간 김희걸은 6승(11패) 1세이브 6홀드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초 이강철 투수코치가 김희걸의 미개발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강철 코치는 김희걸에게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하체를 이용한 투구 방법과 밸런스 유지법을 집중 지도했다. 김희걸은 "하체를 이용한 투구법을 알게 되니 공에 더 힘이 붙었다"고 말한다. '제1조력자' 이강철 코치가 '평범했던' 김희걸을 '준걸'의 면모로 가다듬은 것이다.


◇KIA 포수 차일목. 스포츠조선 DB
"우리를 믿어라!"

81년생 동년배들인 포수 차일목과 3루수 이범호 역시 김희걸의 숨은 조력자들이다. 같은 81년생이라고는 해도 차일목은 1월생이라 실상 김희걸의 1년 선배뻘이다. 그래서 때로는 친구처럼, 또 때로는 형처럼 김희걸을 감싸안았다. 특히 오랫동안 김희걸의 공을 받아오면서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장점을 극대화하는 볼배합으로 김희걸의 기를 살려주고 있다.


차일목은 "희걸이가 여러가지 공을 던질 줄 알지만, 경쟁력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더 경쟁력 있는 구질을 더 많이 던지도록 사인을 내고 있다"면서 "하지만, 내가 아무리 좋은 코스로 사인을 낸다고 해도 역시 투수의 공 자체에 힘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런데 김희걸의 공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지고, 자신감도 많아졌다. 그게 좋은 성적의 비결"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4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기아와 두산의 경기. 6회말 무사 1루 두산 이종욱의 타구를 직선타로 잡은 이범호가 1루로 공을 던지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3루수 이범호도 비록 지금은 허벅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 빠져있지만, '김희걸 도우미'다. 지난 4일 잠실 두산전. 이날은 김희걸의 후반기 두 번째 선발 등판일이자 이범호가 2510일 만에 유격수로 나선 날이다. 내야진이 전면적으로 바뀐 탓에 선발 경험이 많지 않은 김희걸은 긴장했다.

하지만, 이범호가 한 마디 말로 김희걸의 마음을 풀어줬다. "희걸아, 우리를 믿어라. 너만 믿어준다면, 나도 유격수 자신있다". 투수는 등 뒤의 동료를 믿을 때 눈 앞의 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 결국 이같은 이범호의 말 덕분에 김희걸은 1484일 만에 선발승을 따내고, 계속 호투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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