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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회장-이재용사장, 오너파워 대단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8-08 13:11


프로야구 LG와 한화의 경기가 7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졌다. 김승연 한화그룹회장이 경기 종료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잠실=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오너가 야구판을 바꾸고 있다.

프로야구 오너와 구단주들의 야구장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 이어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까지 떴다.

야구의 인기가 날로 올라가자 오너들도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김 회장은 LG와의 원정경기가 열린 7일 잠실구장을 전격 방문했다. 2003년 올스타전 이후 8년 만의 야구장 나들이였다.

이들 오너의 행차는 단순한 격려방문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면에서는 상상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다.

우선 김 회장의 방문을 받은 한화 구단을 보자. 구단은 김 회장이 방문한 7일을 구단 역사에 남을 만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자평한다.

김 회장의 방문 자체가 최근 높아지고 있는 야구단의 한화그룹 내 위상이 절정에 올랐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확인도장이었다.


최근 2~3년 사이 침체된 한화 구단을 직접 챙기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구단에 대한 그룹의 지원이 확고하다는 믿음도 과시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화그룹은 올시즌 초반부터 구단 대표이사와 단장을 처음으로 한꺼번에 교체하고, 특급용병 카림 가르시아를 영입하는 등 구단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초에는 회장의 지시에 따라 맞춤형 보약을 선수단에 제공했던 한화그룹이다. 더구나 김 회장은 "김태균을 잡아오겠다"며 팬들에게 직접 약속도 했다. 김 회장은 김태균의 모교인 북일고(천안)의 재단 이사장이기도 하다.

종전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김 회장의 최근 언행으로 인해 한화 구단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공교롭게도 김 회장이 방문한 날 올시즌 처음으로 LG전 위닝시리즈를 만들며 2연승, 4강의 꿈을 다시 살린 선수단이다. "선수들은 회장님의 방문을 받고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관심받고 있다는 사실에 없던 힘도 불끈 솟는다는 분위기였다"는 게 한화 구단의 설명이다.

특히 한국 컴백을 앞두고 있는 김태균(지바롯데) 영입 문제를 놓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화 구단은 김 회장이 직접 김태균 영입에 대한 강한의지를 재확인해 준 덕분에 한층 추진력을 배가시킬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으로서도 팬들에게 김태균과 야구부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그룹과 개인 이미지에 커다란 상승효과를 얻었다. 지난 1일 취임 30주년을 맞았지만 별다른 행사없이 조용히 보냈던 김 회장이다. 김 회장은 최근 동남아를 순방하며 그룹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등 제2의 창업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이번 야구장 방문을 통해 숨겨왔던 카리스마를 다시 발휘했고, 특유의 쇼맨십과 리더십도 보여줌으로써 야구팬들은 물론 그룹 임직원들에게 자양강장제를 안겨준 결과를 낳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잠실구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효과도 정말 대단했다. 당시 이 사장은 김 회장과 마찬가지로 LG전을 보다가 갑자기 경기장을 방문해 짜릿한 역전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이례적으로 선수단을 직접 격려하면서 커다란 화제를 낳았다. 이튿날 이 사장이 선수단에 선물로 제공한 '캘럭시탭'은 한동안 인기 검색어가 되기도 했다.

태블릿 PC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패드'와 치열하게 경쟁중인 삼성전자로서는 각종 매체에 대서특필된 관련 보도, 사진 등을 통해 '갤럭시탭' 광고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삼성 구단에 대한 관심도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하는 예상 밖의 수확도 거뒀다.

이 사장 방문 당시 삼성은 KIA와 한 게임 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 사장이 방문한 날 역전승을 한 것부터 지금까지 삼성은 6승2패, 7할5푼의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으며 KIA와의 승차로 2.5게임으로 벌려놨다.

'오비이락'일 수도 있지만 오너가 다녀간 이후 선수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팀 안팎의 분위기가 고조된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달 수 없다는 게 삼성 구단의 설명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지난해 말 신축될 광주구장에 300억원을 투자키로 하면서 야구계의 커다란 숙원 가운데 큰줄기를 해소하는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KIA는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이범호 등 대어급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전통의 명문 구단 입지를 다시 세우며 올시즌 야구흥행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LG 구단주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친형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되면서 오너와 오너일가의 야구사랑 파워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오너의 방문을 받지 못한 구단이 오히려 머쓱하게 될 것 같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야구판에 돌기 시작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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