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인가, 불꺼진 광주구장의 어둠 속에서 홀로 투구 연습을 하는 선수가 나타났다.
양현종은 한 달전부터 극심한 밸런스 난조로 고생하고 있다. 지난 7월9일 잠실 LG전에서 1⅔이닝 만에 홈런 2개를 포함해 무려 8개의 집중안타를 얻어맞으며 4실점하자 KIA 코칭스태프는 양현종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밸런스 교정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군으로 내려보내지는 않았다. 1군 선수단과 동행시키며 이강철 투수코치가 집중조련하기 시작했다. 조범현 감독도 수시로 양현종의 상태를 체크했다. 결국 지난 7월29일 조 감독의 '최종 OK' 사인을 받고 이틀 뒤인 7월31일 광주 넥센전에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복귀 후 첫 등판에서 양현종은 여전히 문제점을 드러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7㎞까지 나왔지만, 밸런스는 여전히 들쭉날쭉. 삼진은 4개를 잡았지만, 볼넷도 4개나 허용했다. 결국 3이닝 만에 3안타(1홈런)를 맞고 4실점하며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명예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했던 양현종으로서는 무척이나 분통이 터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후 양현종은 머리카락을 마치 중학생처럼 짧게 잘랐다. 말수도 줄어들었고,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특유의 여유롭던 미소도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홈경기가 끝나면 밤마다 홀로 쉐도 피칭을 했다. 그럼에도 복귀 후 첫 출발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KIA 코칭스태프에게도 고민스러운 일이다. 로페즈가 빠지며 발생한 선발 마운드의 공백을 양현종이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
그나마 두 번째 등판에서 양현종이 밸런스를 되찾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 KIA 코칭스태프도 희망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날 SK전에서 양현종은 최고 147㎞의 직구와 한층 좋아진 제구력으로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켜냈다. 볼넷도 많이 줄어들었다. 팀 타선의 도움만 있었다면 충분히 승리투수가 될 만 했다. 양현종의 부활기미로 인해 최근 침체돼가던 KIA도 다시금 희망을 기대하게 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