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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같은 연쇄부상, 그 속에서 KIA가 사는 법
최근 KIA는 '시즌 최악의 위기상황'을 겪고 있다. 투타에 걸쳐 팀을 이끌어가던 동량들이 우수수 나가 떨어졌다. 위기감의 차원이 다르다. 일주일 새, '10승투수' 아킬리노 로페즈와 '4번타자' 최희섭 그리고 일발장타력을 갖춘 김상현이 모두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게다가 지난 3일 잠실 두산전 때는 주전 2루수 안치홍마저 2루 슬라이딩 도중 상대 수비수 오재원과 충돌하면서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나갔다. 검진결과 다행히 허리근육 단순경직 증세라고 한다. 그래도 일단 며칠 정도는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기 힘들다. 이에 앞서서는 3루수 이범호도 허리근육통으로 지난 7월30~31일 이틀간 쉰 적도 있다.
'야현'의 리더십, 위기 때 더 빛난다.
지난 7월 29일 광주 넥센전을 앞두고 KIA는 감독 주재로 후반기 첫 팀 미팅을 가졌다. 지난 5월에 이어 시즌 두 번째다. 이 자리에서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모두 피곤하고 지친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스스로 쳐지지는 마라. 약한 소리를 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다. 프로는 맞서 싸워 이겨내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정신 재무장을 부탁했다. 실상 현재 KIA에는 정신 재무장 외에 달리 뾰족한 위기 돌파책이 없다.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르느라 선수들의 체력과 몸상태는 최악이다.
그래서 가급적 팀 미팅을 자제하는 조 감독도 선수들을 모을 수 밖에 없었다. 주장 김상훈은 "선수들 모두 감독님의 말씀에 공감하고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주저 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팀 미팅의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팅 당일 KIA는 11안타를 치며 후반기 들어 한 경기 최다안타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 2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16안타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조 감독은 "이 라인업에서 16안타를 치는 것을 보니 참 대견하다"며 선수들의 분발을 칭찬했다.
조범현 감독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 앞의 1승보다 시즌 최종성적이기 때문이다. 늘 "멀리 봐야한다"는 말을 강조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KIA가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추락하지 않는 이유, 이런 감독의 리더십에서 찾을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