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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가 동료들을 고마워하는 이유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1-08-04 12:32 | 최종수정 2011-08-04 12:33


두산 니퍼트가 3일 잠실 KIA전서 1회 투구를 마치고 호수비를 펼치고 들어오는 정수빈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잠실=홍찬일기자hongil@sportschosun.com

외국인 선수와 계약할 때는 옵션 조항을 넣는다. 보장된 연봉 이외에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주는 것이다. 선수에 따라서는 보장 연봉보다 옵션 액수가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옵션 항목은 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선발투수의 경우 승수와 투구이닝, 선발등판 경기수가 포함된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승수다. 10승부터 시작해 1승당 일정액을 추가해주는 형식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용병 투수들은 자신이 등판하는 날 타자들과 불펜투수들의 활약에 잔뜩 신경을 쓴다. 자신이 부진해서 승리를 따내지 못한다면 조용히 벤치에서 경기 끝나기만을 기다리지만, 잘 던지고 난 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당연한 일이다.

이에 비춰보면 두산 용병 니퍼트는 '순둥이' 같다. 두산 구단 사람들은 "아마 역대 용병중 가장 착할 것"이라며 "동료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표시하는게 모범적이다"고 칭찬한다. 키 2m3의 역대 최장신 용병인 니퍼트는 부드러운 인상에 예의도 바르다.

니퍼트는 3일 잠실 KIA전에서 8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9승째를 따냈다. 팀의 4연패를 끊는 중요한 승리를 거둔 니퍼트는 이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행동을 유난히 많이 보여줬다. 위기에 빠진 팀을 위해 에이스로서 당연히 할 필요가 있는 행동이었다.

니퍼트는 1회초 선두 이용규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2번 이종범에게 2루타성 타구를 허용했다. 그런데 우익수 정수빈이 오른쪽으로 달려가 다이빙캐치로 공을 잡아낸 뒤, 1루로 송구해 이용규까지 아웃시키는 더블플레이를 펼쳤다. 초반 위기를 정수빈의 호수비로 넘긴 것이다. 이닝을 마친 니퍼트는 정수빈 뿐만 아니라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야수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의미로 등을 두드려줬다.

니퍼트는 동료 탓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지론 때문이다. 두산 김승영 단장은 "항상 선수들을 고맙게 생각하는 용병이다. 야수들의 도움 없이는 자신도 팀도 살 수 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방어율 2.59로 이 부문 2위인 니퍼트는 올시즌 퀄리티스타트를 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경기가 5차례나 된다. 타선이 조금만 도와줬다면 벌써 10승을 넘었을 투구 내용이다. 그러나 단 한 번도 타선 원망이나 불펜투수들을 향해 인상을 구긴 적이 없다.

두산이 꺼져가는 4강 희망을 살리려면 니퍼트가 더욱 탄력을 받아야 한다. 동료들이 니퍼트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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