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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이 가장 싫어하는 상황은 무엇일까.
모두 세이브 요건이 충족되는 상황이다. 실제 오승환이 겪고 있는 조건이다.
일단 투수코치들의 의견부터 들어봤다. 코치들은 "당연히 4점차 앞선 2사후 주자 2명 상황이 편하다. 마무리투수 입장에선 아주 고마운 상황이다"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오승환의 답변은 달랐다. 오승환은 "당연히 1점차에서 처음부터 내가 나가는 게 속 편하다. 두번째 상황은 앞선 투수들의 주자가 남아있기 때문에 내가 못 던지면 그들의 방어율이 나빠진다. 나 혼자서 처음부터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더 낫다"고 답했다.
앞선 투수들이 남겨놓은 주자, 즉 승계주자가 있는 경우엔 부담이 느껴진다는 얘기였다. 적시타 한방을 허용하고 아웃카운트를 잡아도 오승환 입장에선 똑같은 세이브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투수들에게 미안해진다는 것이다.
한때 구위가 떨어진 시절에 이같은 민망한 상황을 꽤 겪었다. 하지만 올시즌의 오승환은 승계주자 득점허용율에서 독보적이다. 올해 37경기에 나서는 동안 승계주자가 모두 10명이 있었다. 오승환은 이 10명 가운데 단 한명도 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 전체 불펜투수로 확대하면, 승계주자 득점허용율이 3할이 넘는 투수가 허다하다.
최고로 평가받는 삼성의 불펜은 서로 믿음이 강하다. 셋업맨들은 "주자를 남겨놓고 내려가도 뒤에서 막아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결국엔 마지막에 오승환이 막아내고 있다. 대부분 팀들이 마무리 때문에 골치아픈 현실에서 오승환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존재로 활약중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