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박찬호, '반드시 온다'는 진정성 보일 때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7-29 13:05 | 최종수정 2011-07-29 13:05


박찬호가 국내 야구팬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때다. 현실적으로 당장 내년부터 국내 리그에서 뛰는 게 쉽지 않은 상황. "한국프로야구를 위해 뛰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지난 2월 오릭스 전훈캠프때 박찬호의 모습. 스포츠조선 DB

박찬호는 지금 당장 이렇게 말해야 한다. "올시즌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우선지명권을 가진 한화에서 뛸 수 있도록 구단과 한국의 팬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박찬호가 화제의 초점이 되고 있다. 그런데 박찬호 본인이 "규정이 어렵게 돼 있다"고 표현했듯, 당장 내년부터 한국에서 뛰는 건 규약상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박찬호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규약을 초월한 특혜를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진심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 야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으니 무조건 가겠다"는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

박찬호는 조성민 케이스다

조성민 두산 코치가 정확하게 '박찬호 케이스'였다.

공주고 출신 박찬호는 연고구단인 한화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나중에 메이저리거가 됐다. 신일고 출신인 조성민도 서울 구단 지명을 받지 않고 일본으로 건너갔었다.

조성민이 훗날 한국에서 뛰기 위해 2차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하지만 지명받지 못했다. 결국엔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이 조성민을 신고선수로 받아들여 한국프로야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중요한 건 조성민은 어찌됐든 한국에서 뛰기 위해 드래프트를 한번 거쳤다는 사실이다. 일종의 '통과의례' 성격도 있다.


박찬호 이후 해외진출 선수가 점점 많아지자 KBO가 상황정리를 위해 규약을 손보면서 박찬호처럼 지명받지 못했던 해외파가 돌아올 때는 무조건 연고 구단에게 우선지명권을 주기로 했었다. 대신 해당 구단은 1라운드 지명권을 그 선수를 위해 써야 한다. 박찬호의 경우엔 한화다.

드래프트 혹은 특별법

규약상으로는 우선 박찬호가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즉 소속 구단 없이 다음달 25일 열리는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야 한다.

당초 KBO는 다음달 11일까지 박찬호가 드래프트 신청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KBO 관계자는 29일 "그건 한화에게 준비할 시간을 2주 정도 준다는 의미다. 박찬호가 하루전인 24일에라도 신청을 하면 드래프트 대상 명단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융통성이다. 대신 25일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내년, 즉 2013년 드래프트로 넘어간다.

이런 과정을 거쳐 드래프트에 나오고 한화가 우선지명할 수 있다. 그러면 한화는 1라운드 지명권을 소진하게 된다. 최근 몇년간 전력난에 시달려온 한화는 이게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박찬호 입장에서도 쉽지 않다. 오릭스 신분인 그가 자유계약선수로 당장 풀릴 수 있을까. 일본 구단과의 신의 문제 혹은 잔여연봉 등은 손쉽게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박찬호가 자유계약선수가 아닐 경우 이번 드래프트 신청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거론되는 두번째 방법이 올시즌 종료후 '특별법'을 통해 박찬호가 한화 유니폼을 입는 것이다. 다른 구단의 양해가 있어야 한다. 한화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방향일 것이다.

타구단 반응과 편법

조만간 프로야구 단장 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한화는 박찬호와 관련해 다른 구단들에게 양해를 구할 것이다.

많은 팬들이 박찬호가 국내 무대에서 뛰는 걸 원한다. 때문에 다른 구단들도 어느 정도는 한화의 입장을 감안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일종의 편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화가 1라운드 지명권이 아닌 2,3라운드 지명권을 쓰는 것으로 간주하고 박찬호가 돌아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모 구단의 단장은 "크게 보면 박찬호가 프로야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한화가 1라운드 지명권 소진을 부담스러워 한다면 2라운드 혹은 3라운드 지명권을 쓰는 것으로 해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박찬호가 드래프트 신청을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선 오릭스와의 계약관계를 끝내야 한다. "한-일 야구 협정상 현재 일본에서 소속팀이 있는 선수를 국내에서 어떤 형태로든 드래프트 대상에 올릴 수는 없다"고 KBO 관계자는 못박았다.

또한 한화가 지명권을 당겨서 쓰는 편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올해말 박찬호가 오릭스와 계약관계를 마치면 한화가 내년 8월의 2013년 드래프트 지명권을 미리 행사하고, 박찬호는 내년부터 뛰는 방안이다. 본래 규약대로라면 절대 불가능할 일이다.

특별법에 의한 무조건적인 입단은 다른 구단에서도 근본적으로 반대다. 룰이 깨지는 건 옳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중에 가서 여론 추이를 보고 여타 구단들이 특별법을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 한화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현실적으로도 당장 내년부터 뛰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다.

박찬호, 포기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박찬호의 한국프로야구 입성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은근히 많다. 박찬호 본인의 명예를 걱정하거나 혹은 룰을 깨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시선이 섞여있다.

박찬호가 진정 원한다면 막연히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말 보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내년에 일본에서 계속 뛸 수도 있는 가능성을 확실하게 포기하고, 올해말 반드시 돌아와 한국프로야구를 위해 뛰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규약에 따른 어려움을 잘 알지만 구단과 팬들이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박찬호는 현재 돈이 아쉬운 선수도, 한시즌 10승에 목맨 선수도 아닐 것이다. 방출이 아니라, 명예롭게 해외파로서의 생활을 마치고 한화에 입단하고픈 진정성을 보여야한다. 그럼으로써 특별법을 원하는 더 많은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반대하는 야구인들의 마음을 돌리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KBO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여러 편법에 대한 의견들은, 다른 선수가 아닌 박찬호이기에 가능한 얘기들이다. 2년간 규제 조항에 묶여 어려움을 겪고있는 젊은 선수들도 많다. 박찬호와 관련된 규정은 이미 5,6년 전부터 명확하게 확립돼있었다. 이제 돌아올 때가 돼서 규약의 문제점을 언급하는 것 보다는, 박찬호가 내년부터 한국에서 뛰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지난 98년 LA 다저스 시절의 박찬호. 스포츠조선 DB



지난 99년 1월 기초군사훈련을 받던 시절의 박찬호의 모습. 박찬호는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다. 스포츠조선 DB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승을 올리던 날의 스포츠조선 1면 지면. 스포츠조선 DB

야구선수에게 팬은 가장 큰 힘이다. 박찬호가 지난 2월 오릭스 전훈캠프에서 어린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