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국내 야구장에도 추락 위험존 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7-13 12:21


롯데 구단 소속 스태프가 배팅 훈련중인 선수들의 타구를 관찰하기 위해 사직구장 외야석 펜스 난간에 기대 서있다. 난간이 어른 가슴 정도의 높이다. 부산=최만식 기자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로 경기장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구장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의 홈경기를 관전하던 소방관 섀넌 스톤(39)이 볼을 잡으려다가 난간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그는 함께 온 여섯살 난 아들을 위해 외야수가 잡은 파울볼을 달라고 애원한 뒤 날아오는 볼을 잡기위해 난간 너머로 몸을 내미는 순간 중심을 잃으며 6m 아래 바닥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변을 당했다.

지금 미국 전역은 '아들과 함께 야구장에 가는 것은 평범한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갖는 꿈을 좇다가 안타깝게 희생됐다'며 애도의 물결로 가득차 있다. 알링턴구장에서는 이전에도 두 차례의 추락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프로야구의 메카로 모든 시설과 안전대책이 최상이라는 미국에서 이같은 사고가 발생하자 야구팬들의 충격은 더 크다. 먼동네 이야기라고 강 건너 불 구경만 할 형편은 아닌 것 같다.

국내구장에도 위험 존이 있기 때문이다. 구름 관중의 성지라고 불리는 부산 사직구장이다. 지금까지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뿐이지 위험요인은 상존하고 있었다.

벼랑같은 펜스 애매한 난간 높이

부산 사직구장은 2만8500석 규모의 국내 대표적 대형 경기장에 속한다. 경기장 큰 만큼 펜스 높이도 대형급이다. 안전사고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꼽히는 곳이 외야석이다. 사직구장의 외야석을 현장을 직접 가봤다. 중앙 전광판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져 있는 외야석의 펜스 높이는 4.8m. 알링턴구장의 6m 높이와 비교해도 결코 낮지 않다. 관중석에서 내려다 보면 중간 완중지대가 없이 외야 그라운드에 바로 맞물려 담이 솟아있어 제법 아찔해 보였다. 펜스 위에 설치된 안전 난간의 높이는 1.5m 정도였다. 키 1m75의 성인 남자가 기대서면 가슴 아래 부분이 닿았다. 날아오는 홈런볼을 잡기 위해 난간 밖으로 과도하게 몸을 내밀거나 훌쩍 뛰어오르다가 무게중심이 위쪽으로 쏠리면 거꾸로 추락할 우려가 있는 애매한 높이였다. 난간과 관중석 첫번째 열의 거리는 1.8m 정도인데 난간으로의 접근을 막는 1차 저지선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갑자기 날아드는 볼을 잡으려는 관중은 볼에만 신경이 쏠린 나머지 주변 상황을 망각하고 순간적으로 과도한 동작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요소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직야구장 외야 펜스 안전문제 괜찮을까?' 최근 미프로야구에서 발생한 야구팬의 추락사로 인해 국내 야구장의 안전 문제도 관심이 높아졌다. 롯데 홈구장 부산 사직야구장의 외야 펜스 높이는 4.8m로 관중이 떨어져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있다. 12일 한화전을 갖는 롯데 선수들이 경기 전 훈련에 임하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안전대책 세운다고는 하지만

사직구장의 외야석 난간에는 그물모양의 철조망이 덮여있다. 난간을 구성하는 쇠파이프의 간격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일정 폭으로 난간의 골격을 이룬 쇠파이프의 간격이 어린이 몸을 충분히 관통할 정도로 넓어서 이를 막기 위해 실시한 예방조치였다. 하지만 높이의 불안은 인력으로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구단은 경기 때마다 외야석 블럭 마다 경호요원과 질서안내 아르바이트생을 배치한다. 외야 관중이 별로 없었던 12일 한화전의 경우 10명이 배치됐다. 만원 관중의 경우 이 보다 더 늘어난다고 한다. 롯데 구단은 "만원 관중일 경우 경기장에 투입되는 안전요원이 총 130여명으로 국내 프로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인력 투입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력 투입으로 막을 수 없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사실상 '통제불능'이라는 사실이다. 외야석에 투입된 요원들은 난간으로 접근하거나 기대는 것을 막는 게 주임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아르바이트생은 "난간에 기대지 말라고 아무리 소리를 쳐도 말을 듣지 않는 관중이 대부분이라서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 흥분해 있거나 술이라도 몇잔 마신 상태라면 자리를 지키라고 안내하기가 무섭다. 특히 여학생 아르바이트일 경우 되레 면박받기 일쑤라고 한다. "아예 난간에 기대 경기를 관전하려고 하는 관중이 늘 있어서 그와 실랑이하다 보면 다른 쪽 감시하기도 힘들다"는 게 현장 스태프들의 고충이다. 아무리 많은 감시자를 투입하더라도 씨가 먹히지 않는다면 안하는 것만 못한 것이다.

대책은 없나

롯데 구단에 따르면 사직구장 외야석에서 아직까지 별다른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별다른 추가 안전공사 계획도 없다. 현재 난간의 간격을 철조망으로 막아놓은 것 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 이번 '알링턴 사고'도 난간 사이로 떨어진 게 아니라 난간 위를 넘어 추락해 일어난 불상사다. 높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고는 부지불식 중에 일어난다. 지난 4월 추락사고를 상상하지도 않았던 대전구장에서도 1, 2층 관중석간 난간에서 사진을 찍던 여성이 떨어져 코뼈가 부러졌고, 어떤 남성은 완충지대에 떨어진 볼을 주우려 2m 높이를 뛰어내렸다가 발목을 접질렀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난간을 충분히 높이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난간이 높아져 관중의 시야에 방해가 되면 앞쪽 관중석 한두 열 정도는 희생할 각오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투명창 등 여러가지 신소재가 개발돼 있기 때문에 높이는데 따른 단점을 줄이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는 지적이다. 일단 시급한 단기대책으로는 팬들도 '알링턴 사고'를 계기로 경각심을 높여 사직구장의 현장통제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