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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진우, 외야시프트까지 나온 공끝의 위력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6-17 21:51


KIA 김진우가 17일 삼성과의 홈게임 8회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선배 서재응으로부터 축하받고 있다.
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나는 투수다!"

마치 이렇게 외치는 것처럼, KIA 김진우가 홈팬들의 환호 속에 복귀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17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되자마자 곧바로 등판 기회가 찾아왔다. 타자들이 힘을 낸 덕분에 17-1로 앞선 상황에서 8회가 됐다.

불펜에서 이날 팔을 두번째로 풀고 있던 김진우가 천천히 마운드 쪽으로 이동했다. 광주구장 관중석에선 "김진우"를 외치는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얼마만에 돌아온 프로야구 1군 무대인가. 2007년 7월6일 수원 현대전에 선발 등판, 2⅔이닝 3실점을 기록한 뒤 1442일만의 컴백 무대였다.

고속 커브, 직구를 보완하다

심호흡을 한 김진우는 삼성 선두타자 이영욱과 상대하기 시작했다.

초구에 143㎞ 직구를 던져 볼. 2구째는 147㎞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3구째 143㎞짜리 직구는 파울이 됐다. 한창 좋았던 시절의 150㎞를 훌쩍 넘는 직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름 준비를 해왔다는 게 직구의 묵직함으로 느껴졌다.


이어 4구째 승부. 김진우는 134㎞짜리 고속 커브를 던졌다. 전광판에는 134㎞로 찍혔고, KIA 스피드건에는 128㎞였다. 보통 투수들보다 낮은 곳에서 시작돼 더 낮게 떨어지는 커브였다. 헛스윙으로 삼진. 복귀후 처음 상대한 타자를 삼진으로 잡았다. KIA 이강철 투수코치는 "김진우의 커브는 전성기 시절의 나 만큼이나 좋다"고 말한 바 있다.

김진우, 외야 시프트를 이끌어내다

두번째 타자 손주인을 상대로는 148㎞짜리 직구 한개로 유격수 땅볼 처리했다. 투아웃.

이어 오른손타자 김상수가 타석에 섰다. 김상수는 파워히터가 아니다. 게다가 김진우의 직구에 힘이 있다고 결론내린 KIA 벤치는 외야수들을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 이른바 수비 시프트다. 타자가 김진우의 공에 배트가 밀린다는 가정하에 움직인 것이다.

김상수는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를 공략해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김상수가 운이 좋았다.

이어 왼손타자 강명구 타석. KIA 벤치는 이번엔 중견수 신종길을 왼쪽으로 움직이게 했다. 김상수 때와 마찬가지. 강명구의 배트가 밀린다는 가정이다. 직구만 4개를 던진 김진우는 강명구를 스탠딩 삼진으로 잡았다. 특히 마지막 4구째 139㎞짜리 직구는 왼손타자의 무릎쪽으로 향하는 듯 하다가 스트라이크존에 아슬아슬하게 걸쳤다. 1이닝 무실점. 김진우는 9회에는 등판하지 않았다.

볼끝 힘은 여전하다

이날 김진우의 직구 최고시속은 148㎞였다. 직구 8개, 커브 3개, 슬라이더 2개였다. 물론 가끔씩 제구가 되지 않아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 공도 몇개 있었다. 하지만 공백기를 감안했을 때 훌륭한 복귀전이었다.

이날 KIA 포수 김상훈이 김진우의 공을 받았다. 김상훈은 "오랜만의 등판이었지만 직접 받아보니 볼끝에 힘이 느껴졌다. 특히 몇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커브 위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밸런스가 안 잡히다보니 제구는 약간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대체로 무난했다는 총평이었다.

김진우는 "모두에게 감사했다. 감독님, 코치님들, 선수, 프런트,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랜만의 등판이었는데 떨리는 감정이라기 보다는 편안했다. 오늘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주=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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