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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스피드
모든 구종의 스피드가 떨어졌다. 이날 박현준의 직구는 최고 147km를 찍었다. 하지만 평균 구속은 140km 초반대였다. 슬라이더는 최고 구속이 126km 밖에 되지 않았다. 박현준이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할 때와 비교하면 5km 이상 떨어졌다. 타자를 압도하기 위해선 직구 평균 구속은 140km 후반대, 슬라이더는 130km 후반대는 나와야 한다.
스피드가 떨어진 이유로는 역시 체력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박현준은 올시즌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그것도 많은 이닝을 던지는 선발투수. 이날 경기 전까지 13경기에 등판해 81이닝을 소화했다. 지난 한 해 1군서 던진 투구수를 훌쩍 넘는 숫자다. LG 마운드엔 현재 여유가 없다. 왼손 에이스 봉중근이 팔꿈치 수술로 아웃되면서 박현준에게 휴식을 줄 만큼 선발 자원이 넉넉하지 못하다. 게다가 상위권팀끼리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에이스'를 아낄 상황이 되지 못한다.
방향을 잃은 포크볼
박현준이 올시즌 성장한 것은 광속 직구와 함께 포크볼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사이드암투수가 던지는 포크볼은 흔하지 않다. 공을 채는 순간 손가락으로 덮듯이 채며 던지는 '박현준표 포크볼'은 사이드암투수에게 상대적으로 강하게 마련인 왼손 타자들마저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박현준이 '잘 나갈 때'는 이 포크볼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마음대로 던졌다. 하지만 최근엔 포크볼이 말을 듣지 않고 있다. 제구력을 잃었다. 이렇다 보니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포크볼을 선택하지 못한다. 직구로 승부하다 예측하고 들어오는 타자들에게 맞고 만다. 이날 역시 삼성 타자들에게 공략당한 구질은 직구가 대부분이었다.
상대 팀에서도 박현준을 읽기 시작했다. 치기 힘든 포크볼은 버리고 들어온다. 헛스윙을 하든, 스트라이크가 되든 상관하지 않고 직구 타이밍만 잡고 들어온다. 박현준의 포크볼이 위력적일 땐 타자들이 절대 불리했다. 하지만 제구가 되지 않자 타자들 입장에선 이 포크볼이 기다리면 볼이 되는 공이 되고 만 것이다.
포크볼 컨트롤을 잃어버린 이유는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역시 체력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악력이 약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하는 전문가가 많다.
대구=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