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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사퇴 김경문 감독. 그가 걸어온 길은.

노경열 기자

기사입력 2011-06-13 17:14


전격 자진사퇴를 선언한 김경문 감독은 프로야구 원년부터 팬들의 사랑을 받은 스타였다. 82년 두산의 전신인 OB베어스에서 주전포수로 활약하며 당시 최고의 에이스 박철순과 배터리를 이뤘던 김 감독은 원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감독 데뷔도 화려했다. 2003년 시즌이 종료된 뒤 김인식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직에 앉은 김 감독은 2004년 곧바로 팀을 최종 3위에 올리며 명장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2005년에는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팀을 끌어올리며 재계약(연봉 2억원, 계약금 2억원)을 통해 3년간 팀을 더 이끌 수 있게 됐다. 어린 선수의 가능성을 찾아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고 흔히 '뚝심'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선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두산을 다시 강팀으로 만들어낸 김 감독은 2008년 감독으로서 최고의 영광을 누리게 된다.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맡아 '9전 전승'이라는 화려한 성적으로 금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현재 야구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어린 선수들은 모두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폭넓은 팬층을 형성한 만큼 프로야구 인기몰이에 김 감독이 끼친 영향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화려한 김 감독의 행보에도 아쉬움은 있었다. 2006년 리그 5위로 잠시 숨을 고른 뒤 2007년 강력한 마운드와 육상부라고까지 불리는 빠른 야구를 바탕으로 우승을 노렸지만 한국시리즈에서 SK에 3승 후 내리 4연패하며 무릎을 꿇었던 김 감독은 이후 2009시즌까지 SK에, 2010시즌에는 삼성에 분패하며 결국 패권을 한번도 쥐지 못 했다.

올시즌 강력한 외국인 투수 니퍼트의 영입으로 다시 한번 우승컵을 노렸던 김 감독은 도무지 살아나지 않는 타선과 임태훈 사건 등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서도 어떻게든 팀을 재정비하고자 애를 썼다. 하지만 결국 팀 하위권 추락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라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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