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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KIA를 엄습한 8연승의 피로감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06-12 11:43


6월 들어 8연승으로 초강세를 보이던 KIA가 20일 만에 연패에 빠졌다. 연승기간 동안 잠재돼 있던 마이너스 요소들이 결국 덫이 돼버린 결과다. 11일 군산 월명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도 경기가 패배쪽으로 기울자 KIA 덕아웃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군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KIA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5월24~26일 목동 넥센전부터 6월7~9일까지 이어오던 KIA의 5연속 위닝 시리즈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 기간 무려 8연승 행진을 이어가던 KIA는 6월10일부터 군산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첫 두판을 내주고 말았다. KIA의 연패는 지난 5월19일 광주 LG전부터 5월21일 군산 한화전까지 당했던 3연패 이후 20일 만. 연패 탓에 1위에 승차없는 2위까지 올랐던 순위는 다시 3위로 떨어졌다. 도대체 '잘 나가던' KIA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KIA 최고참 이종범(왼쪽)과 4번타자 김상현은 지난 10일 군산 LG전에서 나란히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팀 패배를 막아내지 못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최악의 컨디션이 문제였다. 군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사라진 엔도르핀 효과

뇌에서 생기는 생체 호르몬인 '엔도르핀'은 매우 강력한 진통효과를 지녔다. 고통의 한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 호르몬이 분비돼 진통효과를 유발하는 데 이를 '엔도르핀 효과'라고 한다. 마라토너가 레이스 도중 극심한 신체적 고통의 순간을 넘기면서 느끼게 되는 '러너스 하이'도 일종의 엔도르핀 효과다. KIA 선수들도 연승 기간, 이러한 효과를 경험하고 있었다. 원정 이동을 반복하면서 쌓인 피로감이나 경기 중에 당한 크고 작은 부상을 연승의 환희 속에서 잊고 지낸 케이스다.

실제로 현재 KIA에는 부상 선수들이 많다. 불펜의 핵 곽정철은 지난 4일 우측 주관절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갔고, 붙박이 2루수 안치홍도 지난 11일 허리 근육통 때문에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밖에 외야수 이용규는 왼쪽 어깨 통증으로 수비를 하지 못하며, 4번타자 최희섭도 등 근육통으로 한동안 개점휴업했다. 에이스 윤석민도 경미한 옆구리 통증이 있다. 이들 외에 주전선수들 대부분의 몸상태가 완전치 못하다. 팀의 5연속 위닝 시리즈 동안에는 최고조로 오른 팀 분위기 덕분에 통증이나 피로를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기간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엔도르핀 효과'는 점차 감소했다. 그리고 지난 10일 군산 LG전 패배를 계기로 이 효과는 완전히 사라졌다. 선수들은 그간 느끼지 못했던 데미지를 한꺼번에 맞게된 셈이다.


공수에서 KIA 초강세의 주역을 맡았던 테이블 세터진 이용규(오른쪽)와 김선빈은 10~11일 군산 LG전에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특히, 이들의 공백은 수비력의 심각한 저하를 초래했다. 군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부상 악재, 수비력 약화를 불렀다

KIA 조범현 감독은 지난 11일 군산 LG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아픈 게 가장 걱정"이라고 했다. 당시 8연승을 거두던 중이라 큰 고민이 없을 것 같았지만, 감독의 입장에서는 선수단의 약점이 눈에 밟힐 수 밖에 없다. 이런 우려는 금세 현실로 나타났다. 엔도르핀 효과가 사라지면서 피로와 통증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 선수들이 라인업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것. 이는 특히 심각한 수비력 저하를 초래했다. LG전 연패의 내용 속에는 수비의 허점으로 인해 초반 대량실점하거나, 후반 추격의 기회를 날린 일이 반복됐다.

먼저 10일 경기. 선발 트레비스는 1회 LG 2번 박경수에게 솔로홈런을 내주긴 했지만, 구위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2회 선두타자 정성훈의 중전 안타를 빌미로 결국 타자 일순을 허용하며 5점을 내주고 강판됐다. 그런데 정성훈의 타구는 어깨가 아픈 이용규 대신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신종길의 미숙한 수비로 인해 빚어진 결과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잘 쫓아갔지만, 마지막 순간 글러브를 제대로 대지 못했다. 만약, 이용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던 타구. KIA 황병일 수석코치는 다음날 "아쉬운 장면이지만, 신종길을 탓할 수는 없다. 익숙치 않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용규가 아파서 지명타자로밖에 나오지 못한 것이 더 아쉽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11일에도 있었다. KIA는 초반 선발 차정민이 무너지면서 5회초까지 2-9로 크게 뒤져있었다. 그러나 5회말과 6회말 각 2점씩 보태며 6-9로 추격했다. 3이닝이 남아있었으니 3점은 충분히 추격해볼 만한 점수차. 하지만, 8회초 2사 1, 2루에서 유격수 이현곤이 LG 6번 조인성의 평범한 내야 뜬공을 놓치는 어이없는 실책으로 한꺼번에 2점을 내줬다. 막 피어나던 추격의 불씨는 이 순간 꺼졌다. 원래 이날 선발 유격수는 김선빈이었다. 그러나 피로누적으로 인해 김선빈의 컨디션이 좋지 못하자 5회부터 이현곤이 대수비로 들어왔다. 더불어 로테이션상 이날 선발은 윤석민 차례였지만, 옆구리 통증으로 등판을 하루 미루면서 선발 경험이 없는 차정민이 대신 나왔다. 결과적으로 주전선수들의 피로로 인해 생긴 공백을 백업선수들이 커버하지 못한 것이 연패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군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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